
테라·루나 사태에 연루된 차이페이홀딩컴퍼니에 투자한 한화투자증권의 상각 처리가 답보 상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차이페이홀딩컴퍼니(차이페이) 투자금에 대해 상각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투자단 중에는 이미 지난해부터 재무상 손실처리를 하며 상각 처리한 곳이 대다수다. 하나벤처스도 50% 상각처리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차이페이에 투자한 금액에 가장 먼저 전액 상각 처리를 하며 손실 흡수에 나섰다. 벤처캐피탈(VC) 대규모 투자도 투자단이 있고 공동 절차가 있는데 당시 스톤브릿지벤처스가 독단적으로 상각처리를 하면서 다른 투자자들이 상각 처리 여부를 논의한 바 있다.
차이페이는 차이코퍼레이션의 싱가포르 법인이자 지주회사다. 권도형과 신현성 테라 공동창업자가 설립했다. 2020년과 2021년 시리즈B와 후속투자를 통해 약 1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여기에 한화투자증권이 한화드림펀드 제1호를 구성해 운용사(GP) 형태로 참여했다.
투자단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차이페이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하나벤처스가 전액이 아닌 50% 상각처리를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투자단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평가를 통해 회계상으로 투자금을 감액 처리했다"며 "상각하지 않거나 일부 상각한 투자자들은 차후 차이페이 상황에 따라 손실 혹은 정상화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투자금 감액은 펀드 가치 평가 과정에서 투자 원금을 손실로 인식한다. 사실상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차이코퍼레이션이 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지만 VC들이 선제적으로 펀드 출자자 손실 위험성을 알리고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해 상각 처리한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차이페이의 회생 가능성을 여전히 낮게 보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자본금(222억원)이 자본총계(2억7700만원)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자본잠식률 79%)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순손실도 89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신현성 전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도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열린 3차 공판에서는 "테라 프로젝트가 금융규제 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알고 있었고 이는 신 전 대표도 마찬가지"라는 내용의 증언도 나왔다.
신 전 대표가 재판을 받는 동안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1년 새 수장을 두 번 바꿨다. 2022년 4월 1990년생 권현지 대표가 선임됐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정영주 코리아포트원 대표가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됐다. 주력사업인 차이페이 서비스는 올해 1월부로 대부분의 가맹점과 계약이 종료되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한화드림펀드 제1호를 통해 시리즈B 당시 차이페이 리드투자자로 나섰다. 여기에 한화생명이 2019년 9월6일 이사회 결의로 출자를 결정하고 2020년 2월7일 900억원을 출자하며 LP로 참여했다.
한화생명은 한화드림펀드 제1호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1%만 보유해 손실처리 시 한화생명이 더 큰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이 과거 코인 투자로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비슷한 맥락으로 차이페이를 놓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차이페이는 현재 감액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감액처리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 결제 매출을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