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대환 플랫폼이 열렸다. 카카오뱅크는 한도 소진으로, 케이뱅크는 예상 외로 많은 고객이 몰린 탓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초기 여러 우려가 있었으나 카카오뱅크는 5060 고객 비중 20%를 넘겼고 은행 앱 중 가장 많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거느렸다. 편리함이 생경함을 이긴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2021년 상장 후 KB금융을 넘었을 때 충격이 생생하다.

공모주를 받아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았던 탓이기도 하겠지만 테크에 힘을 준 은행이 제공하는 유려한 디지털 경험에 마음을 뺏긴 소비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금융지주 회장은 이듬해 신년사에서 플랫폼, 디지털을 재차 강조하며 다시금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중은행은 2010년대 모든 기능을 하나에 담으면 앱이 무거워진다는 이유로 멀티앱 전략을 추구해왔다. 은행별로 출시한 앱만 10개가 넘었다.

하지만 핀테크 기업이 범람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소비자는 온갖 기능을 다 안아도 앱이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건 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모든 금융지주가 원앱, 슈퍼앱 전략에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이란 은행 통합 앱을 내놨고 신한금융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사를 합친 '슈퍼SOL' 앱을 출시했다. 우리금융지주도 하반기 'New WON 뱅크' 출시를 목표로 IT업무 효율화를 위해 우리FIS 직원을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로 옮겼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전통 금융사 앱은 아직 핀테크만큼의 편의성은 갖추지 못했다. UI·UX, 주요 기능 배치나 유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전통 금융사가 그간 고객을 관리해 온 경험치는 무시할 수 없다. KB국민카드가 페이 앱에 등록했을 때 혜택이 극대화되는 카드를 출시하고 하나금융이 '하나원큐'에 축구 경기 서비스를 등록하는 등의 시도를 보면 고객 유입과 체류를 늘리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그들도 알고 있다.

KB금융이 카카오뱅크를 이기고 금융주 시총 1위를 탈환하는 데는 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연혁에서 오는 경험치는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IT 기반 기업이 알려준 디지털 경험처럼 시중은행이 보여줄 '완전히 새로운 금융'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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