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년간 LG에 몸담으며 적자사업 해결, 계열분리 등 그룹 현안들을 풀어내며 LG의 '믿을맨'으로 활약해 온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1979년 LG전자 기획팀에 입사한 권 부회장은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유플러스, 에너지솔루션 등 주력 사업을 이끌며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임은 자동차전지사업을 맡고 있는 김동영 사장이 선임됐다.
권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LG는 3명의 부회장이 전자·화학 등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삼룡(三龍)' 체제가 막을 내림과 동시에 세대교체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선 권 부회장이 직(職)에서는 내려오지만, 구광모 회장 지근거리에서 그룹 경영에 힘을 보탤 가능성도 제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후임인 김 최고경영자(CEO)는 1969년생으로 배터리 전문가로 알려진다.
권 부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그룹 전체 인사폭에도 작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재계 안팎은 내다보고 있다. '구광모 회장 체제로 세대교체 변화'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만 해도 LG는 구 회장을 중심으로 하현회 전 LG 부회장,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당시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6명의 부회장이 전자·화학·통신 등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육룡(六龍)' 체제였다.
구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9년 한상범 전 부회장은 실적 악화 책임을 지고 자리에 물러났고, 조성진 전 부회장도 용퇴를 결정하면서 '육룡 체제'가 막을 내렸다. 2020년에는 하현회 전 부회장이, 지난해에는 차석용 전 부회장이 자리에 물러나면서 구 회장 취임 당시 부회장단 중 유일하게 권 부회장이 남아 있었다. 이날 권 부회장의 용퇴로 사실상 그룹 수뇌부 세대교체가 마무리됐다.
구 회장이 취임 후 보인 '순혈주의 타파', '젊은 인재 발탁' 인사 기조에 비추어, 이번 인사도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과 젊은 신규 임원 등용 폭 확대 등에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의 'LG 역할론'은 진행형이라고 보고 있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 취임 후 지주사인 (주)LG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구 회장 체제의 경영 안정화'에 큰 역할을 했고,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계열분리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가 최근 오너가(家) 상속 재산 분쟁 등으로 어수선한 데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내려는 왔지만 이사회 의장 직책을 유지하며 경영에 힘을 보탠 것처럼, 권 부회장도 구 회장 지근거리에서 힘을 보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LG그룹의 세대교체 신호는 명확해진 것"이라며 "그룹 인사가 막 시작했다. 인사가 어떻게 될지는 끝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