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하 구 회장)의 상속회복청구 소송(이하 상속 소송) 2차 변론(이하 2차 변론)이 열렸다. 이날 하범종 LG 사장(이하 하 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상속 소송은 구 선대회장의 아내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지난 2월 28일 故 구본무 회장(이하 구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 재분할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다.
구 회장을 포함한 LG 오너 일가는 2018년 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상속 재산 ㈜LG 주식 11.28%를 구 회장 8.76%, 구연경 대표 2.01%, 구연수 씨 0.51%씩 나눠 가졌다. 김영식 여사는 당시 해당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당시 이같이 유산이 분할된 결정적 계기는 하 사장의 발언과 메모였다. 하 사장은 지난달 5일 열린 1차 변론 당시 법정에서 구 선대회장이 구 회장에게 모든 경영재산을 물려주라고 유지를 남겼으며, 해당 내용을 정리한 A4 용지 한 장짜리 메모에 구 선대회장의 서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하 사장은 1차 변론 당시 위 같은 주장을 하며 김영식 여사가 직접 서명한 상속 동의서(이하 동의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동의서는 구 선대회장의 유지를 따라 구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 관련 재산을 모두 상속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과 김영식 여사의 서명이 담겼다.
하 사장은 구 선대회장을 가까이해서 보조해온 인물이자 구 선대회장 별세 전후로 ㈜LG의 재무관리팀장을 맡아 상속분할 업무 등을 총괄했다.
이날 변론의 중심은 지난 1차 변론 당시 구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문서의 존재·관리와 더불어 경영재산·개인재산의 구분 기준이었다. 구 회장이 상속받은 재산은 크게 LG CNS와 ㈜LG의 주식 등이 속하는데 이 중 구 회장이 경영권자로서 받은 재산이 개인재산에 속할 경우 동의서의 내용인 '경영권 관련한 재산'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김영식 여사,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이하 원고) 3인은 지난 1차 재판부터 현재까지 'LG 주식이 모두 구 회장에게 승계된다는 유언이 존재한다고 기망당했다'라 주장하는 중이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 구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공식적 문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원고 대리인(변호사)은 법정에서 하 사장에게 △구 선대회장이 구 회장에게 경영 상속을 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문서 및 녹취의 존재 여부 △LG그룹 오너 재무관리팀의 문서 관리 기준 및 구 선대회장 취지가 담긴 문서의 파쇄 시기 △구 회장의 문서 존재 인지 여부 등을 확인했다.
원고 대리인은 구 선대회장이 사망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LG 및 LG CNS의 주식, 파생된 배당금 및 예금 등이 전부 경영재산(회사의 재산)인지 질문했다. 이에 하 사장은 "회장님 주식은 개인재산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원고측은 특히 구 선대회장 사망 당시 LG CNS가 상장 기업이 아니었던 점을 지적하며 구 선대회장의 뜻에 어긋나는 개인 재산으로 치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더불어 하 사장이 속한 재무관리팀의 오너 일가 관련 재산 관리 규정에 대해서도 질문했으나, 하 사장은 "개인 재산 계좌는 확정되어 있으나 (경영·개인재산을 구별하는) 엄격한 기준은 없다"고 답변했다.
하 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LG 그룹 재무관리팀은 구 선대회장 사망 당시 회사별 경영재산 및 개별 주식, 개인자산으로 목록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었으며 구 선대회장의 개인재산은 특별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의 증언에 따르면 문서의 파쇄를 본인이 담당한 적은 없으나, 문서 파쇄 사실을 깨달은 것은 2020년 원고와 피고 간의 재산 분할로 인한 마찰 당시였다. 하 사장은 지난 2020년 6월 30일 본부에 해당 문서의 파쇄 사실을 알렸다.
김영식 여사가 서명한 문서가 구 선대회장의 자필이 아닌 타이핑이던 사안에 대해서도 "전에 말씀드렸지만 내일모레 수술 들어가시니까 기력은 없으셨다"라며 "구 선대회장은 서명, 사인만 할 뿐 쓰지 않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구 회장(피고)는 원고가 서명한 동의서를 기반으로 상속이 진행됐으며, 구 회장이 상속받은 것은 개인 재산이 아닌 경영재산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더불어 원고 역시 이 사실을 보고받았으며 인지하고 있고, 더 나아가 원고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 사장은 관련 질문에 대해 "2018년 6월에서 8월 사이 상속 총액(경영재산)을 김영식 여사와 구 회장 모두에게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LG CNS 주식 역시 하 사장은 피고 대리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경영재산은 경영권과 관련된 재산이고 개인 재산은 투자 수익(을 의미한다)"이라며 LG 계열사 주식은 모두 경영주식이며, 따라서 LG CNS 주식 역시 경영재산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 사장은 피고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구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유언장 등 공식적 문서의 존재는 부정했으나, 구 선대회장이 생전 줄곧 경영권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했고, 주변인들이 모두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피고 대리인이 제출한 증거자료(녹취록)에 따르면 김영식 여사는 구 회장의 상속 및 경영승계에 대해 "주식은 내가 확실히 준다고 했다", "장자로 가는 건 대찬성이다"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더불어 피고 대리인은 지난 2018년 LG 그룹 재무관리팀이 압수수색을 당할 당시 서울지방검찰청이 입수한 주주단 구성원들의 계좌 내역을 보여주며 구 회장이 상속받은 계좌는 모두 회사 계좌로 등록된 경영재산임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