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부터) 현대자동차그룹, SK온, LG에너지솔루션 CI. 사진=각사
(위에서부터) 현대자동차그룹, SK온, LG에너지솔루션 CI. 사진=각사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며 국내 전기차 산업 관련 기업들의 반응이 양극으로 나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은 배터리 공장 신설을 연기·취소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완제차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각 기업의 전략에 따른 결과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은 탈탄소 및 저탄소 영향을 받아 빠르게 성장 중인 신사업이다. KOTRA가 참조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17년 약 100만대 수준에서 2022년 1000만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더 나아가 2022년 기준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PHEV)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은 공급망 문제, 높은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2021년 대비 55% 늘었다. 같은 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 줄었다.

현재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2022년 EV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60% 증가한 440만 대, PHEV 판매량은 3배 증가한 150만 대였다. 더불어 중국은 2022년 신규 등록된 전기차 중 60%를 차지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전기차의 성장세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배터리 제조 조건을 충족했을 시 구입자에게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제작사의 차량 할인금액에 비례해 구매자에게 최대 780만원까지 국비보조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작년에 비해 둔화됐다. SNE리서치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등록된 전기차(PHEV, EV 포함)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36.4% 늘어난 966만 5000대로 집계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성장률이 75.2% 더뎌진 것이다.

이 같은 성장 둔화는 미국·유럽의 수요 감소, 장기화된 경기침체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 지난 13일 로이터는 "수년간 성장이 가속화했던 유럽의 전기차 판매가 정체기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지만 테슬라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4분기 전망은 밝지 않다. 폭스바겐은 3분기 실적발표에서 2023년 유럽의 폭스바겐 전기차 주문량이 전년의 절반인 15만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올해 세계 EV 판매량을 약 1100만대로 예상했는데, 2021~2022년 기준 판매량이 430만대 늘어난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전망수치다.

이에 따라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발전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현재, 보수적인 투자로 현 상황을 유지하는 쪽과 적극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려는 쪽으로 나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일 포드, 코치와 맺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3자 MOU(이하 협약)을 철회했다. 협약의 주요 철회 사유는 성장세 부진에 따른 생산시설 투자 시기 부적합 판단이었다.

SK온은 14일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조지아주 공장 배터리 생산을 줄이고 일부 직원은 휴직 조치를 내렸다. 앞서 9월에도 SK온은 공장 인원 구조조정을 진행했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비용 절감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투자·판매전략 수정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2030년까지 전기차 세계 3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뒤이어 6월에는 전기차 분야 투자 확대 등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법인의 유보금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전기차 산업은 △중국 중심의 성장 △중장기적 관점의 성장 지속이 전망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발간지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를 통해 "중국은 탄소정점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핵심 대기오염 통제 지역에서 2030년까지 50%, 그리고 중국 전역에서 40%의 (전기차) 비중 달성을 목표로 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중국이 2025년까지 신에너지차(NEV)의 비중을 20% 높이겠다는 목표를 조기달성한 것을 예로 들며 현재 시장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 목표도 조기달성 될 수 있을 것이라 관망했다.

다만, 2022년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가 폐지될 것이라 예측한 것이 판매량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과 이에 따른 중국 내 전기차 비중의 유지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성장 전망 역시 미국 및 EU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목표화 현상으로 인해 일반 자동차의 규제가 강화되며 전기차가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럽은 2030~2034년에 적용될 탄소배출량 기준을 더욱 엄격히 강화하고 2035년부터 신규 자동차와 승합차(van)의 탄소 배출량을 2021년 수준 대비 10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미국은 IRA 제정 및 기업들의 미국 내 잠정적인 투자 약속 금액의 규모가 최대 1080억 달러에 달해 설비 가동이 개시되는 2024년 이후부터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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