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마약류 관리 시스템이 허점투성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한 것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정부의 허술한 마약 관리 시스템을 비판했다.

이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병)은 우리 사회에서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로부터 인건비도 지원받지 못해 안정적인 업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마퇴본부의 2019년 퇴사율이 64%에 달했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으로 '임금 문제'를 꼽았다. 한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마퇴본부 신입사원 초임연봉은 식약처 산하 다른 기관 대비 4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마퇴본부 12개 지부 예방상담센터에는 총 35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 17명의 임금만 국고지원을 받고 있다.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실정이다.

한 의원은 "후원을 받지 못하면 인건비를 주지 못하는 상황인데, 말이 안 된다"면서 "마약 예방을 위한 상담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지원액이 총 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서 "(마퇴본부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에 (마퇴본부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안됐다"면서 "올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왼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왼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갑)은 식약처의 마약류 기획 감시를 문제 삼았다.

강 의원은 마약류 오남용과 관련해 식약처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의료기관은 200곳이 넘는데, 이 중 43%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또, 식약처가 마약류를 오남용했다며 수사를 의뢰한 의료기관이 대부분은 별다른 변화 없이 계속 영업했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수사 의뢰에만 급급했고 감시의 질이나 후속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강 의원은 식약처가 자신들이 수사 의뢰한 사건의 결과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상식적으로 수사 의뢰한 게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수사의뢰를 했다는) 실적 홍보에 집중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기획 감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오유경 처장은 "앞으로는 좀 더 주기적으로 수사결과를 점검하는 형태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강 의원은 식약처가 마약류 오남용 기획 감시와 관련해 국정감사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등 국감을 방해했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했다.

강 의원은 "식약처에 마약류 오남용 기획 감시 결과 자료와 법적 해석 등을 수차례 요구했는데 '처장님께 불똥 튀면 안 된다'며 거부했다. 식약처 공무원이 식약처장 심기 관리하는 경호원이냐"고 힐난했다.

이와 관련해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은 "위원들이 국정감사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면 국가안보에 관한 중요한 사안이나 재판에 관한 사안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을 보탰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정부의 마약류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1년 전 국감에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 중독검사 시스템이 여전히 체계적이지 않다고 했다. 공무원, 의사와 같은 공직자나 전문직 32개 직업군에 대해 마약 중독 검사를 하고 있는데, 검사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최근 발생한 '용산 경찰 추락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과 군인이 마약에 취해있다면 어느 국민이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20대 마약중독자가 최근 5년에 2.7배 증가했다"면서 "'마약청정국'이라는 단어를 쓸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강력한 마약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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