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BC카드 사장. 사진=BC카드
최원석 BC카드 사장. 사진=BC카드

연말 인사철이 다가오는 가운데 '단기 연임'으로 연말까지 지휘봉을 잡는 최원석 비씨카드 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대표는 앞서 2년의 임기 종료 이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비씨카드 실적이 추락하는 사이 주요 고객사가 이탈하면서 결과만 보면 최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었다. 숫자로 판명되는 경영 결과만 놓고 봐도 최 대표에게 비씨카드의 현재와 미래를 맡길 이유를 찾아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최 대표가 비씨카드 특유의 팩토링 사업으로 모기업 KT 계열사 지원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이런 '처세술'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일각에서 "저물고 있다"라는 냉철한 표현이 나올 정도로 비씨카드의 현주소를 우려하고 있지만 최 대표의 확실한 '모기업 바라기' 방침이 임기 연장을 위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먼저 최근의 카드업계 실적을 종합하면 비씨카드는 올해 상반기 2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70% 이상 꼬꾸라진 수치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카드사 대부분이 실적 부침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씨카드처럼 곧바로 적자전환이라는 빨간불이 켜진 곳은 없다.

설상가상 비씨카드 영업이익 중 80%를 차지하는 회원사들의 결제망 이탈도 줄줄이 터졌다. 핵심 추이를 보면 지난해 전북은행과 SC제일은행이 비씨카드 결제망에서 빠졌다. 최근엔 지역화폐 사업자인 코나아이도 비씨카드 결제망에서 KB국민카드 결제망으로 갈아탔다. 결정적으로 비씨카드 결제망 수익 절반을 차지하는 '우수 회원사' 우리카드도 최근 결제망 이탈을 선언했다. 비씨카드의 현재와 미래가 전부 어둡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최원석 대표가 이끄는 동안 비씨카드의 사건사고가 계속됐고 그러한 신뢰도 저하가 고객사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표 사례는 지난해 5월 14일 서초동 비씨카드 전산센터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다. 당시 정전사태는 결제 시스템 장애로 이어져 실제로 카드를 쓰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내놓은 '2022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정전 발생에 대비해 설치한 무정전 전원장치(UPS)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최근에는 비씨카드가 최대 주주로 있는 케이뱅크에서 고객이 발급받은 '체크카드'를 '신용카드'로 전산에 잘못 입력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당 고객은 신용점수 하락이라는 막대한 손해를 봤다. 통상 케이뱅크에서 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을 넣을 때 신용조회를 비씨카드에 맡기는데 비씨카드가 전산 등록을 잘못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끊이지 않는 잡음에도 최원석 대표는 모기업 KT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최 대표가 실적은 나 몰라라 하면서도 팩토링 거래 등을 통해 KT 계열사 자금줄 역할만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팩토링은 금융사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매출채권을 판매자로부터 매입해 대상 매출채권 이행 시점이 오면 구매자로부터 대금 상환을 받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구매자의 파산과 같은 위험 발생 시 모든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팩토링 특성을 중점으로 보면 비씨카드는 KT 계열사 지원 사격에 유독 발 벗고 나섰다. 당장 지난 2021년 KT 계열사 케이뱅크에 4250억원을 출자했는데 이는 당시 출자된 유상증자 중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5249억원 가운데 80%에 달하는 규모였다. 여기에 더해 비씨카드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결정한 KT텔레캅의 할부 매출채권 인수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1일에도 비씨카드는 KT엔지니어링에서 300억원 규모의 할부 채권을 양수했다. 당시 비씨카드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팩토링을 시작했다"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실적 추락을 겪는 비씨카드가 파산 위기설까지 돌았던 KT엔지니어링의 할부 채권을 양수할 이유도 여력도 없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를 두고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당 채권이 매력적인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누가 봐도 수익성 다각화라는 설명보다는 KT 계열사 지원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부터 키우고 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비씨카드가 추진한 팩토링은 임기 만료를 앞둔 최원석 대표가 'KT 바라기'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구심으로 카드업계에서는 연결했다.

최 대표가 내부 살림이나 사회적 눈높이 대신 대신 KT 계열사만 본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듯 비씨카드는 최근 데이터앤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카드업계 사회공헌 관심도 조사에서 47점을 받으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1위인 우리카드(909점)와 놓고 보면 20배가량 차이다. 전업 카드사가 아닌데도 718점을 받은 NH농협카드와는 비교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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