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고금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뉴스
저축은행이 고금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뉴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순이익은 크게 감소하고 연체율은 높아졌다. 이에 저축은행은 대출을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등 자산규모 상위 5개 저축은행의 2023년 1분기 당기 순이익은 총 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5개 저축은행 중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OK저축은행 한 곳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40.8% 증가한 37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실적은 523억원 순손실로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1분기 당기순익이 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5.9% 감소했으며 한국투자,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20.3%, 70% 줄어든 137억원, 81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감소 폭이 큰 곳은 페퍼저축은행으로 지난해 1분기 101억원 흑자에서 1년 만에 253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이뿐만 아니라 애큐온, 대신, JT 친애, 다올, OSB 등 다수의 저축은행이 올해 1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금융, KB, 하나, IBK, NH 등 은행 계열사 저축은행도 손실을 냈다. 은행권이 이자 이익을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낸 것과 대조된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예대율 규제 정상화가 다가오자 시중은행과 자금조달 경쟁에 나섰다. 저축은행은 최대 6%의 예금이자를 지급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다만 저축은행은 높은 예금이자를 지급한 것과 달리 금리 상한선으로 대출이자는 크게 올리지 못했고 이는 곧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정부의 정책성 자금 및 개인 예금 증가 등으로 조달금리 경쟁은 금세 가라앉았으나 이로 인한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증가도 문제가 됐다. 올해 1분기 5대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4.77%로 전년 동기보다 2.4%p 상승했다. 79개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은 1년 만에 2.57%에서 4.81%로 올랐다.

연체율이 증가하자 저축은행은 대손충당금을 확대했다. 5대 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은 약 2조59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뛰었다. 이러한 대손충당금 증가 역시 실적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연체율 관리를 종용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5일 저축은행, 여전사 등 제2금융 연체율을 적극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당시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통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고 국내 실물경기 회복 지연 우려 등 불안요인이 있는 만큼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관리해달라"며 제2금융권 중 27개 사에 대한 현장점검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만큼 실적보다는 대손충당금 적립이 먼저"라며 "LCR, 예대율 규제가 정상화에 대비해 대출도 신중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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