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가 채택한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펫보험 활성화'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태스크포스(TF) 출범 8개월이 지났지만 수의업계 설득에 실패해 구체적인 진전 없이 계획만 나오는 실정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수도 2018년 635만마리에서 지난해 799만마리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반려동물의 증가로 관련 산업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2027년 6조55억원까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반면 반려동물을 위한 펫보험 가입률은 0.8%에 그치며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연령 등 가입이 제한적이며 보장범위가 적은 이유에서다. 펫보험 가입을 포기하고 반려동물 치료비를 위해 예·적금 등을 활용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펫보험 활성화를 채택하고 지난해 9월 '펫보험 활성화 TF'를 출범했다.
TF에는 금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주 논의사항은 △질병명·진료행위 명칭 및 코드의 표준화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보험금 청구 간소화 등이다.
이어 같은 해 11월 펫보험 전문보험사 설립 허용, 펫보험 등 보험사고 위험 경감물품 제공한도(리워드) 확대 추진 등을 포함한 보험분야 규제개선사항을 발표하고 현재 관련 법령 개정 절차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출범 8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동물등록제, 진료비 표준화 등 인프라 구축에 있어 수의업계 반발이 심해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표준화다. 현재 동물진료에서는 질병명과 진료행위 명칭이 제각각이라 진료비 차이가 천차만별이고 진료에 대한 정보제공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이 2019년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해 최소비용과 최대비용의 차이를 조사한 결과 중성화수술에서 5배, 항체검사 7.5배, 발치에서는 무려 80배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해까지 다빈도 진료 항목 60개에 대한 진료 표준화를 추진하고 내년까지 100개로 추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표준양식을 통해 한눈에 진료상태를 확인하고 빠른 청구까지 연결되기 위한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수의업계에서는 의약품 오남용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난항은 계속 될 전망이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지달 28일 열린 보험연구원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 "동물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면 매우 많은 검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검사를 할 수 없어 병명도 모른다. 항생제를 처방했다는 내용 정도만 쓸 수 있다"면서 "무조건 진료기록부를 달라고만 하면 수의업계도 난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사무총장은 이어 "지금은 자가진료도 허용되고 동물 약품도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인데 자세한 진료 정보가 공개되면 수의사들이 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도 펫보험 활성화와 관련한 관계 기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제도 개선방안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