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와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금리까지 오르자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한 공사강행 사례가 늘면서 계약자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시행위탁사가 사전점검 기간을 포함해 급박하고 허술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해당 시청은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서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포시 고촌읍 소재 H 오피스텔은 지난 1월 28~29일 주말 이틀간 사전점검을 마치고 이달 3일 김포시청으로부터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계약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계약자는 “사전점검일에 현장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며 “사전점검은 말 그대로 사람이 들어와 살 수 있을 정도로 진행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 건데 당시 상황은 공사가 진행 중이었을뿐더러 하자도 많이 발견돼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H 오피스텔은 지하 7층에서 지상 15층까지, 총 412실로 구성된다. 지상 1~3층에는 상업시설이, 4~15층엔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지난 2020년 10월 시행위탁사인 K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예정된 입주지정일은 2022년 10월께였으나 코로나와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공사 일정이 미뤄지면서 입주일도 함께 미뤄졌다.
현재 계약자 일부가 공사 미비, 입주 지연 등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계약자들은 시행위탁사가 무리하게 공사 일정을 감행한 탓이 크다고 말한다.

한 계약자는 “현재 상황이 부실 공사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았다면 될 일”이었다며 “일반적으로 준공을 앞두고 사전점검을 하는 건데 거꾸로 준공날짜를 맞추려고 무리하게 사전점검을 끼워 넣다 보니 공사 중에 사전점검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준공시기를 앞당기려 무리한 일정을 잡고있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시간이 촉박할지라도 최소한 사람이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을 정도는 되도록 계약자들과 일정을 상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시행위탁사는 28~29일 이틀간의 사전점검을 마치고 바로 다음 날로 입주개시일을 통보했다. 김포시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기 전이다. 오는 3월 15일에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다. 시행위탁사는 공사가 미뤄진 부분에 대한 중도금대출이자를 내주는 조건으로 이 사태와 발생할 보상과 책임을 시행사에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요구한 상태다.
또 다른 계약자는 “사전점검에서 각 세대에 하자가 많았으며 주차장은 오픈하지도 않았다”며 “승인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개시일을 지정한 건 명백한 잘못이고 누가 봐도 오피스텔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다음날 무리하게 이사를 강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시행위탁사와 김포시청은 법적으로 어긋나는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위탁사 대표는 “사전 점검일을 주말에 이틀밖에 진행하지 못하고 공사 진행에서도 미흡한 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최대한 보완하는 중이고 준공을 서두르는 계약자들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포시청 담당 주무관도 “현재 규정상 이상이 없어 승인이 난 것”이라며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 추후 미비점이 발견되면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은 시행위탁사에서 시공사로 넘어갈뿐더러, 해당 문제점이 입주자의 과실인지 아니면 시공 자체의 문제인지 입증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H 오피스텔 계약자는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사람 간에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렇게 법망을 피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례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곳은 이 곳 뿐만이 아니다. 화성 동탄2 신도시 아파트 및 상업시설인 동탄역 H 주상복합도 지난 2022년 8월 31일 준공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등으로 공사가 지연된 바 있다. 사전점검일에 현장을 확인한 분양자들은 화성시청과 시행위탁사·시공사에 공사 중인 현장에 사용승인을 냈다는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도 남양주 진접읍 일대에 들어서는 L 아파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10월 공사 중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사 지연이 가중됐으며 시행위탁사가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탓에 사전점검에서 부실 공사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