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사진=현대차)
캐스퍼(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캐스퍼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출시됐다. 그래도 사전 계약 첫날 1만8000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의 주요 제원과 가격을 공개하고 본격 사전예약에 들어갔다. 공식 출시일은 이달 29일로 예정됐다. 14일 사전계약 첫날  1만8940대가 접수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의 내연기관차 사전예약 최대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9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1만7294대) 이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경형 모델 '아토스' 이후 19년 만에 내놓는 경형 SUV다. 노동자 임금을 낮추는 대신 일자리는 늘리자는 정부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차로부터 수탁 생산한 첫차이기도 하다. 광주광역시(지분 21%) 주도로 현대차가 지분 19%를 보유해 만든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차량 생산을 맡는다.

캐스퍼 기본 차량은 배기량 998CC 휘발유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 출력 76마력, 최대 토크 9.7kg.M을 발휘한다. 공인 연비는 14.3km/L다. 기아의 경차 모닝과 비교해 출력, 토크가 같고 연비는 약간 떨어진다. 

엔트리 SUV만의 젊고 역동적인 감성이 특징이다. 전면부는 독특한 분리형 헤드램프를 적용해 존재감을 드러냈고, 파라메트릭 패턴의 그릴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더했다. 

캐스퍼의 판매가격은 기본 모델 △스마트 1385만원 △모던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원이다. 캐스퍼 액티브(터보모델) 선택 시 스마트ㆍ모던 95만원과 인스퍼레이션 90만원이 각각 추가된다. 

캐스퍼는 최대 토크 17.5kg.m을 내는 터보 엔진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연비는 12.8km/L다. 터보엔진을 추가하면 스마트, 모던 모델의 경우 기본 차 가격에서 95만원, 인스퍼레이션 모델은 90만원이 올라간다. 터보 최고 옵션을 선택하게 되면 1960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것이다. K3나 아반떼와 가격대가 겹친다.  가격정보가 나오기 전인 7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캐스퍼의 가격대는 800~1000만원 대로 예측됐었다.

일부 소비자들도 높은 가격을 지적한다. 한 소비자는 "처음 예상가격이 800만원이었는데 지금 가격보다 300은 낮게 나왔어야 한다", "무슨 경차 가격이 2000만원에 육박하나.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캐스퍼의 등장이 경차시장 확장을 불러올 수 있겠지만 높은 가격대가 아쉽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에도 일단 캐스퍼의 인기는 높아보이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오는 29일 정식 계약 전까지 캐스퍼 사전예약을 받는다. 업계는 이때까지 사전예약이 3만대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GGM은 올 연말까지 약 4개월 간 목표 생산량을 1만2000대로 잡았다. 사전예약 대수가 3만대를 기록하게 되면 출시전 생산목표의 2배를 훌쩍 넘게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GGM은 내년에는 7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는 캐스퍼의 인기 요인으로 ‘반값 연봉’과 상생형 일자리를 표방한 GGM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경형 SUV라는 새로운 차종에 대한 관심, 기존 현대차 디자인과 다른 ‘앙증맞은’ 외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산차 브랜드 최초로 진행한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구매 편의성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훨씬 좋은 차량을 받게 되는데도 실제 사용하겠다며 사전예약에 참여한 점도 인기에 불을 붙였다. 

다만, 현재와 같은 인기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너무 높은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실제 정식 출시했을 때 어느정도일지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으로 사전예약에 참여했다가 실제로는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가 수익이 났을 때 현재는 노조가 없지만 지금과 같은 노사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점도 향후 흥행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스퍼가 첫 단추는 잘 꿰었지만 GGM의 차기 모델까지 나오게 하려면 상당한 흥행 부담감이 있다"며 "경차 치고는 너무 높은 가격대가 흥행의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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