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썸이 제도권 금융사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적분할을 완료하며 기업공개(IPO) 기반을 다지면서 공격적인 시장 전략을 통해 국내에서 양강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기준 빗썸의 국내 원화마켓 점유율은 38.05%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월드코인 급등 시에는 45%를 돌파하기도 했다. 1~2년 전만 해도 10% 안팎에 머물렀던 점유율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비트는 59.07%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90%에 달했던 압도적 우위는 사라진 상태다. 일부 시점에서는 두 거래소 간 차이가 6%p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빗썸은 업비트와 차별화된 상장 전략을 펼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업비트는 검증된 코인들의 원화마켓 추가 상장이라는 보수적 전략을 택했으나 빗썸은 17일까지 103개 코인을 상장하면서 업비트(58개)를 크게 앞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월드코인(WLD) 상장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빗썸은 지난 2023년 7월 선제적으로 월드코인을 상장했고 최근 월드코인이 급등하면서 거래량이 몰렸다. 업비트도 지난 9일 서둘러 월드코인 상장을 발표했으나 빗썸이 누린 효과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다.
빗썸은 기존 0.25% 수수료를 0.04%로 대폭 인하하는 동시에 메이커 리워드를 통해 활발한 거래자에게 수익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점유율 경쟁에 불을 붙였다. 고빈도 거래자를 위한 전용 API와 VIP 전담 인력 서비스도 고객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빗썸 인사이트'라는 소셜 트레이딩 서비스를 통해 온체인 데이터와 회원 투자 패턴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며 과거 "투자 정보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해소했다.
'최대 리스크' 지배구조 재정비 진행중…내년 IPO 준비 본격화
점유율 반등에 성공한 빗썸은 지난 8월 인적분할을 완료하며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존속법인 '빗썸'은 거래소 사업을, 신설법인 '빗썸에이'는 지주회사 기능과 신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구조로 재편했다. 분할 비율은 존속법인 56%, 신설법인 44%로 주주들은 지분율에 따라 동일한 비율로 신설법인 주식을 배정받았다.
빗썸은 수익이 발생하는 거래소 사업만 남겨두고 IPO 계획에 맞춰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2026년 4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내년 1월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3월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4월 초 IR과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은 삼성증권이 맡았다.
빗썸의 IPO가 성공할 경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의 상장 사례가 되는 만큼 시장 관계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복잡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리스크가 IPO 발목을 잡았는데, 어느 정도 해소가 진행되면서 우려를 잠재우려 한다는 평가다.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는 IPO를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를 겨냥한 투자로 해석된다. 단기적 마케팅·수수료 비용을 통해 시장을 확보해 지위를 공고히 하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빗썸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수수료 정책에 대한 지속가능성 우려에는 사업 다각화로 대응하고 있다. 빗썸인베스트먼트를 통한 벤처캐피털 사업과 인적분할을 통한 신사업 부문 분리는 단일 수익 모델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빗썸의 가장 큰 리스크였던 지배구조를 재정비하면서 IPO에도 속도가 붙은 것"이라면서도 "다만 제도권에 무사히 안착하려면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과 실행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