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현장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밀폐된 고온 작업장이 많은 조선업 특성상 폭염은 산업재해로 직결될 수 있어 기업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고온 예보 시 폭염 대응 단계를 '주의'에서 '경보'로 상향 조정하고, 전사 차원의 폭염 대응 테스크포스(TF)팀을 가동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와 함께 작업자들에게는 에어쿨링 자켓과 넥스카프 등 개인 냉방용품을 지급하고, 일일 건강관리 알림톡을 발송해 수분 섭취와 휴식을 유도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물, 바람/그늘, 휴식(2시간 마다 20분 이상), 보냉장구, 응급조치' 등 폭염안전 5대 수칙을 기준으로 점검이 이뤄지며 제빙기, 이동식 에어컨(스포트 쿨러), 살수차, 워터포그, 그늘막 등 냉방 설비를 다각도로 운용 중이다.
중식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기온이 28.5도 이상일 경우 30분, 32.5도 이상이면 1시간 연장되며, 작업자들에게는 삼계탕, 수육, 양지갈비탕 등 고열량 보양식과 얼린 생수도 제공해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다.
HD현대 역시 여름철 근로자 보호를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 등 HD현대 계열 3사는 국내 업계 최초로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시, 오전 10시와 오후 3시 휴식시간을 기존 10분에서 20분으로 두배 확대했다.
아울러 이달 10일부터 8월31일까지는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이외 기간에도 기온이 28도 이상일 경우 20분 연장해 현장 작업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무더위에 대비한 휴게시설도 대폭 개선됐다. HD현대중공업은 냉방시설과 음수대를 갖춘 고정형 휴게실 50여곳을 추가 설치했고, 선박 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를 위한 '선상 휴게실'도 새롭게 조성했다. 점심시간과 오후 휴식 시간에는 냉방 설비를 갖춘 이동식 휴게 버스 4대가 안벽 등 주요 현장을 순회하며, 고온 작업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형 이동식 에어컨(스폿쿨러) 1000여대, 제빙기, 에어재킷, 땀수건 등 다양한 폭염 대응 장비와 물품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쿨링을 넘어 작업자 개개인의 체온 관리와 피로 회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HD현대는 이와 함께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최대 2주간의 여름휴가를 부여하며,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에 인력 밀집도를 낮추고 근로자 건강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7월부터 9월까지 이동식 냉방버스를 운영하며,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고위험 작업자를 위한 현장 대응에 나섰다. 냉방버스는 특히 해양플랜트 건조구역 등 최근 물량 증가로 인력 밀도가 높아진 구역에 배치돼, 고정형 냉방 휴게실만으로 부족한 냉방 인프라를 보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 외에도 생수, 쿨조끼, 아이스넥밴드 등 개인용 냉방장비를 전 작업자에게 지급하고 있으며, 폭염특보가 발령될 경우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조선사들의 대응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린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6월부터 9월까지를 '온열질환 예방 집중관리 기간'으로 지정해 고온작업장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열 스트레스 모니터링 시범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4일 부산 아스티호텔에서 'K-조선사·기자재사 상생 간담회'를 열고, 여름철 폭염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동일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폭염기 작업 인력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놓고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