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차환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의 문을 거듭 노크했지만 투자자들은 곳간 빗장을 걸어 잠근 모양새다. 시장 내 우려가 가시지 않자 롯데케미칼은 결국 5400억원 규모의 만기 회사채를 현금 상환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상환에는 문제가 없지만 연속된 적자와 투자 부담으로 재무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롯데케미칼 관련 긴급 NDR(Non-Deal Roadshow)를 열어 투자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앞서 이달 초 신용평가사들이 줄줄이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하향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의 기업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동시에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케미칼의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췄다.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 내 불안 심리가 고조되자 증권사를 동원해 투자자들을 다독였지만 불안감을 떨쳐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IB(기업금융)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차환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에 수요예측 관련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긴급 NDR 등의 조치에도 투심은 싸늘했다.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사들마저도 차환 발행 딜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만기가 도래한 54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 상환하는 방법을 우선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8일 1000억원, 다음달 29일에 2750억원, 9월 5일에 17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잇따라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보한 까닭에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핵심은 상환 이후다. 이번에 현금으로 채무를 상환해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는 있지만, 무차입 상환으로 인한 자금 유출에 회사의 재무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케미칼의 '체력'은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실정이다. 2022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7626억원으로 시작한 손실은 2023년 3477억원, 지난해 8941억원으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역시 12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총 차입금 대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비율은 연결 기준 13.8배에 달해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최근 2년간 에틸렌·프로필렌 계열의 과잉 공급과 해상운임 상승, 자회사 셧다운 등의 복합 악재로 주요 부문 실적이 빠르게 악화됐다.

이와 같이 이익창출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이자비용만 해도 연간 4000억원대에 이르고 순차입금은 6조원을 넘는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대형 NCC 프로젝트도 하반기에 준공해야 한다. 총 5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지만 당장 가시적 수익은 없고, 자금 소요는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업황 반등 기미도 요원하다. 업계는 석유화학 업황이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빠르면 오는 2027년께부터야 일부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그때까지 회사를 버티게 할 실탄이 충분할지가 관건이다. 재무 구조 부담이 계속되면 모회사인 롯데지주에도 부정적이다. 롯데지주가 54.5%의 지분을 가진 만큼 롯데케미칼의 재무 불안은 지주사의 신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남은 회사채들도 만기가 돌아올텐데 이런 방식의 상환이 반복될 경우 신용도에 치명적"이라며 "중국 경쟁사들이 최근 힘이 빠졌다는 분석이 있지만 단기간 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빠르고 정교한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금 상환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상환 이후 재무 건전성 우려에 관해서는 "자금과 관련한 방안은 포괄적으로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 명확한 대응 방향 윤곽을 잡기엔 이르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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