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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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산업이 성장을 멈췄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을 다투던 편의점은 고물가와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으며 사상 첫 분기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점포 수 증가세도 36년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 지수는 114.7로 전달보다 0.9% 증가했다.

반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 지수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판매가 줄면서 0.3% 감소했다. 올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월부터 4월까지 장기 평균 100을 밑돌았다. 이는 소비자가 경기에 거는 기대심리가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는 의미다.

물가도 오름세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29로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12월 1%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2.2% 2.0% 등 올해 1분기에는  2%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첫 분기 역성장이다.

점포 수 역시 감소했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 4사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4852개로 2023년보다 23개 줄었다. 편의점 점포 감소는 1988년 국내에 편의점 산업이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편의점 산업은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1년 처음으로 대형마트 매출 비중을 넘어선 데 이어 2023년엔 일시적으로 백화점 매출을 추월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위축이 이어지며 성장세가 꺾였다. 쿠팡 등 이커머스 강세와 초저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의 흥행도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다이소는 초저가 가공식품과 화장품, 패션제품까지 확장하며 편의점 주력 소비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증권가 전망도 어둡다. 편의점 CU를 운용하는 BGF리테일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약 10%, 3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도 약세다. BGF리테일은 전일 1만6300원, BGF리테일은 1만4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년 전 대비 각각 21.4%, 26.7% 하락한 수치다.

소비 심리 위축에 편의점업계는 점포 확대보다는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각사는 기존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하고 콘텐츠를 통한 차별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CU는 ‘SMOOTH’ 전략을 내세워 상품·서비스 차별화, 고객경험 최적화, 해외사업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밤 티라미수 컵', '생과일 하이볼 시리즈' 등 자체 개발 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GS25는 오프라인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 마포구에 FC서울과 협업해 축구장을 콘셉트로 한 테마 편의점을 오픈했다.

이 외에도 북미에서 인기를 끈 스포츠 음료를 '프라임 하이드레이션' 국내 오프라인 단독 출시했고 전통시장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품질 중심의 푸드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와 프리미엄 PB상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미니스톱과 합병을 마친 세븐일레븐은 출점 위주의 전략이 아닌 기존 점포 리뉴얼 및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했다.

아울러 소비 감성에 맞춰 상품 구성을 재해석하고 편안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한 신개념 매장 '뉴웨이브' 가맹을 확대할 예정이다.

뉴웨이브 매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동구에 직영점을 열었고 올해 3월 대전광역시 둔산동에 첫 가맹점을 연 상태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뉴웨이브 매장을 무기로 적자 폭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는 가격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다. 노브랜드 상품을 도입한 점포 수를 100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초저가 상품군 ‘상상의끝’, 이색 상품을 선보이는 '상상의힘' 등 기획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업계는 편의점이 전통적인 유통업보다 외부 변수에 민감하고 계절적 비수기가 존재하는 특성을 감안할 때 1분기 부진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매출이 크게 성장했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가 가라앉는 만큼 매출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편의점은 3분기 실적이 가장 좋고 1분기에 가장 매출이 덜 나오는 만큼 추후 매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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