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자회사인 금융보안기업 이니텍의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노동조합과 경영진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이니텍지회는 18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빌딩 East에서 이니텍 매각 규탄 및 매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번 매각이 졸속으로 진행됐으며, 자금출처와 경영계획이 불명확한 투기 자본에 기업을 넘기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KT 계열사인 KT DS와 H&C네트워크는 이니텍 지분 57%를 사모펀드 컨소시엄(로이투자파트너스 및 사이몬제이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3월31일 잔금 납부와 함께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매각 금액은 약 850억원이다.
이에 노조는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창출 목적에 따른 '먹튀'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니텍은 861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과 34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자가 자산을 매각한 후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는 이러한 구조가 과거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들이 겪었던 문제와 유사하다고 우려했다. 락앤락의 공장 매각과 대규모 구조조정, '기습 회생' 논란이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처럼 이니텍 역시 인수 이후 대대적인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KT가 최근 AI 사업 투자 확대를 이유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려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노조 측은 이니텍의 매각이 호텔 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KT에스테이트 등 비핵심 자회사의 연쇄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적인 계약 변경 및 비정상적인 매각 과정 진상 규명 △자금 출처와 경영계획이 불명확한 투기 자본에 대한 지분 매각 철회 △향후 유사한 사태 방지를 위한 철저한 검증 및 구성원에 대한 투명한 공지를 KT 측에 요구했다.
노조 측은 "매각계약금 조달 과정에서부터 자금력 부족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인수에 참여한 두 사모펀드 중 한 곳은 일부 투자파트너와 투자금 반환과 관련한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그럼에도 KT는 매각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할망정 여전히 해당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안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니텍 매각 문제는 자회사인 KT DS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