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그룹이 방위·안전 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의 매각 철회를 공식화했다. 회사의 성장성을 재평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북미 시장 진출에 성공한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의 매각 계획을 철회한다고 10일 밝혔다. 한컴은 한컴라이프케어 지분 36.1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한컴 측은 "시장 상황과 한컴라이프케어의 입지 및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재평가한 결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성장 전략을 재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분 매각 계획을 신중히 검토한 뒤 이를 철회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한컴은 매각을 철회하고 방위·안전 장비 사업의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직접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미주·호주·유럽·중동·등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로 방독면을 비롯한 개인 안전 장비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 진출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더불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방위 산업의 성장성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해 6월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17년 트럼프 정권은 임기 첫 해 국방비를 10% 인상한 바 있는 만큼, 재집권 시 대대적인 국방비 지출 확대가 예상된다"라며 "이 경우 국내 방산 기업에게 미국 시장 진입 기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특히 한컴라이프케어는 최근 미국의 개인 안전 장비(PPE) 전문 업체와 K3·K11 방독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초도 물량을 수주한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12월에는 필리핀 육군과 100억원 규모의 군복 납품 계약을 체결했으며, 북미 수출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한컴라이프케어는 방독면·군복뿐만 아니라 K77 사격지휘 장갑차 후방 카메라 장착 사업과 지상 레이저 표적지시기 국산화 등으로 사업 영역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또 다른 계열사인 우주·드론 전문기업 한컴인스페이스의 드론 사업을 비롯해 한컴 및 그룹 내 투자사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개인안전장비 부문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지난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 및 배터리 화재 대응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형 안전 장비인 '이동형 접이식 침수조', '친환경 탄소섬유 질식 소화포'와 전기차 충전 구역에 설치하는 '무인 자동화 시스템 설루션'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화재 이후 시설 관리가 필수인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기차 화재 대응 제품의 구매가 증가했으며, 공공기관 및 군부대 등 여러 분야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SK쉴더스와 전기차 및 리튬 배터리 화재 예방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국내 최대 전시 컨벤션 센터인 킨텍스 제2전시장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컴 관계자는 "미국이라는 최대 방위 산업 시장에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으며, 한컴그룹의 드론·위성·보안 기술과 연계하는 등의 새로운 사업 모델도 발굴하고 있다"라며 "전기차 화재 설루션의 경우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준비를 해왔으며, 제품 라인업을 이미 갖춘 만큼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한컴라이프케어는 올해 3분기 735억원의 누적 매출과 63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71% 급등한 수치다. 회사는 소방 부문 사업의 호조와 국방 부문 매출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 등의 체질 개선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