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사옥.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 사옥.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2차로 제기한 중재에서 중재판정부가 신 의장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해당 판정은 풋옵션 가격을 다시 산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어피니티가 요구했던 41만원보다 낮아진 수준에서 풋옵션 가격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결정이다.

다만 신 의장 측은 이번 판정이 지난 2021년 9월 1차 중재판정부의 판정 내용을 대부분 인정했음에도 평가기관을 선임하라고 결정한 것은 1차 판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중재는 한 번의 판정으로 당사자들 간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단심제로 운영된다. 중재판정이 내려지면 기판력이 발생해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2차 중재판정부는 어피니티 청구 내용 대부분을 기각했지만 다만 신 의장으로 하여금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도록 결정해 1차 중재 판정에 배치되는 판단을 내렸다.

1차 중재 당시 어피니티 측은 신 의장이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고 30일 이내 공정시장가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치평가는 필요없으며, 자신들이 평가한 41만원이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재판정부는 이런 주장을 모두 감안해 신 의장이 어피니티가 제시하는 가격에 풋옵션 매수 의무가 없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이번 2차 중재판정에 따라 신 의장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고 풋옵션 가격 산정에 나설 경우, '계약에 따른 제3의 평가기관 선임·그에 따른 주당가치 산정 절차 객관성'이 분쟁 해결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1주당 24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사들였다. 당시 어피니티는 2015년 말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지분을 신 의장에게 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가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신 의장과 체결했다. 이후 IPO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고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맺어온 안진회계법인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임했다.

신 의장이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풋 가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어피니티는 2019년 3월 신 회장을 상대로 ICC에 중재를 제기했다. 1차 중재판정부는 2021년 9월 어피니티가 요구한 41만원을 비롯한 어떤 가격에도 신 회장이 풋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출된 것이 아닌 만큼 신 의장이 풋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었다. 1차 중재판정부가 신 의장 손을 들어줬지만, 어피니티는 이에 불복하고 2차 중재를 신청했다.

이 절차에 따르면 △신 의장 평가기관 선정 및 가격 제시 △어피니티의 41만원과 10% 이상 격차 △어피니티 제3의 평가기관 3곳 제시 △신 의장 1곳 선택 △제3의 평가기관의 가격제시 형식으로 풋가격이 결정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중재 결과는 교보생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으며, 그간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주주·기업 가치 훼손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