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 토스 부스. 사진=비바리퍼블리카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 토스 부스. 사진=비바리퍼블리카

토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투자자들과 금융권 시선은 엇갈린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상장 후 주가를 지키려면 성장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토스는 국내 상장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우선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토스는 국내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에 국내 상장 중단 의사를 통보하고 미국 주관사를 물색하고 있다.

토스는 현재 수익성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익을 내는 계열사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토스의 수익성을 토스뱅크로 좁혀서 보고 있다. 그 밑바탕엔 은행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자본을 늘려 대출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토스는 기업공개(IPO)로 증시에 입성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최근 공모주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다. 핀테크 기업을 향한 투심은 더욱 그렇다는 평가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주가 6만9800원을 기록했으나 현재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 2만1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최근 증시 입성에 두 번째 출사표를 던진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토스는 지난 2022년 진행한 프리IPO에서 9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편으론 기업가치를 두고 토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애시당초 핀테크 기업의 밸류가 과도한 선에서 책정돼 왔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에 더해 핀테크 기업을 향한 평가가 낮은 상황에서 토스의 자사 가치 평가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결국 토스가 꺼내든 카드는 미국 상장이다. 토스는 미국 시장에서 평가받는 게 국내 상장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는 당장의 수익성보다 기업 성장으로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는 기업에 비교적 우호적이다. 비교기업으로 삼을 테크 기업이 국내보다 훨씬 많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나스닥에 상장하더라도 지금 당장 드라마틱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예상도 내놨다. 우선 나스닥 상장이 순탄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준비 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상장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앞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상장 당시 주관사들에 2000억원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입하면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한 토스에게 미국 상장 비용이 부담일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눈에 띄는 매출 성장으로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만족할 만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더라도 주가 방어라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 나스닥에 상장해 있는 쿠팡과 네이버웹툰 미국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선례가 있어서다.

쿠팡은 현재 공모가 35달러에서 25달러 선까지 주가가 추락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역시 공모가에서 반토막 난 주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웹툰엔터테인먼트는 투자자들이 증권 소송 전문 로펌과 함께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고려하고 있다. 실적 개선을 위한 뚜렷한 청사진이 없다면 나스닥이 아무리 핀테크 기업에 우호적일지라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상황과 미국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결정했겠지만 상황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며 "미국에서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나스닥 시장이 규모가 큰 만큼 국내에 상장할 때보다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에 따른 부담은 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토스 관계자는 "현재 미국 상장 주관사를 물색하고 있다"며 "(글로벌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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