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사진=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사진=연합뉴스

 

빙그레 오너가 3세인 김동환 사장이 술에 취해 경찰을 폭행했다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벌 3세들의 일탈이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 달 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성쥰규 판사) 심리로 김 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린다.  

지난 15일 열린 공무집행방해 혐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김 사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사장은 지난 6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다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사장은 범한화가 2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조카다. 김 사장은 2014년 빙그레에 입사해 2021년 1월 임원으로 승진, 올해 3월 사장직에 올랐다.

이날 김 사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뿐"이라며 "당시 제가 폐를 끼쳤던 경찰관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사과 말씀 전하고 싶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 행실에 대해 더욱 조심하고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겠다. 염치없지만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이들은 재벌가에서 유독 '3세'들의 사건사고가 잦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 3세 조현민 한진 사장은 2018년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은 H사와의 회의 중 광고팀장에게 물을 뿌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다.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에 이어 여동생이 '물컵 갑질' 논란으로 지탄을 받은 것이다. 조 사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최종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대림가 3세인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2016년 자신의 운전기사 2명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도 운전 수칙 등을 세세히 기록한 A4 용지 140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들어두고 운전기사가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폭언과 폭행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정 사장은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재벌 3세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선민의식'에서 찾는다. 부모를 잘 만나 현재 지위를 누리게 됐지만,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보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사람 위에 군림하거나 횡포를 부리는 태도가 발현된다는 것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2~3년 내에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환경도 이들의 일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재계 전언이다. 

통상 재벌 3세들은 해외에서 대학이나 MBA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부모 회사에 입사해 수년 뒤 임원이 되는 코스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승계 작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들은 재벌가에 대한 철저한 교육 및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벌 1세대는 밑바닥에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기업을 키우는 데 집중했지만 그 후대들은 어려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으면서 자라면서 싫은 소리를 들으면 충동적인 행동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재벌 일가의 갑질 논란은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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