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 임원진이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만 총 7차례 임원 자사주 매입 공시가 나왔다.
이는 기업 중장기 가치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금융은 은행권 중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예고한 만큼 추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영서 KB금융 디지털부문 부사장은 지난 4일 자사주 400주를 매수했다. 매입 가격은 주당 7만7075원이다.
KB금융 임원진은 올해 11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중 2분기 진행한 매수만 7번이다. 지난 6월 24일부터 10월 4일까지 임원 5명이 KB금융 주식 1688주를 장내 매수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지난 3월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양 회장은 3월 19일 주당 7만7000원에 자사주를 사들였다. 당시 KB금융 관계자는 "주가가 낮은 시기는 아닌데 그럼에도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건 책임 경영 의지"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의 자신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지난 1월 2일 주당 5만3600원에 장을 마친 KB금융은 이날 57.8% 오른 8만46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 덕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부터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 중심으로 상품 지수 개발에 나섰다.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자 가장 대표적인 저PBR주인 은행주 주식이 크게 올랐다. 은행 대장주로 꼽히는 KB금융은 특히 오름폭이 컸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4일 공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KB금융은 제외됐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가 수익성,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두루 충족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선정함해 주주환원 등 특정 요건이 우수하지만 여타 질적 요건이 미흡한 기업의 경우 미편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 반론은 있다.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선정 당시 과거 데이터를 사용한 탓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밸류업 계획은 올해 1분기 발표했으나 거래소가 참고한 자료는 지난 2년간의 자료로 밸류업 계획 발표 이후 숫자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KB금융의 밸류업 지수 편입은 실패했으나 주가는 순항 중이다. 지수 발표 이후인 지난달 25일 KB금융은 주당 7만8100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나 거래소 설명과 정기 변경 이후 편입 기대감에 하루 만에 주당 8만원 대를 회복했다.
증권가에서도 KB금융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앞서 밸류업 지수를 도입한 일본 증권시장을 예로 들었다.
최 연구원은 "일본 밸류업 지수인 'JPX Prime 150'에 일본 은행주가 단 한 곳도 들어가 있지 않다지만 2023년 3월 일본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일본 은행들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 총주주환원율을 끌어 올리면서 일본 대형은행 MUFG와 SMFG 주가가 평균 80% 추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B금융은 오는 10월 24일 실적 발표 시 밸류업 공시 병행 예정"이라며 "대부분 은행이 언제까지의 기간 내 총주주환원율을 45~5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명시적 주주환원율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KB금융은 프레임과 로직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상황이 충족될 경우 주주환원율이 단기간에 50%를 크게 상회할 수도 있는 상단이 열려있는 방안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무산이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계획보다 더 전향적으로 주주환원율 확대를 도모할 공산도 커졌다"며 "시장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KB금융의 목표 주가로 11만원을 제시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1년에 한 번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을 변경할 예정이다. 정기 변경 시에는 KB금융이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