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 23일 티몬을 통해 생필품을 대량 구매했다. 다음날 오후 직장에서 티몬 사태를 알게 된 A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배송조회를 해 봤고, 다행히 상품은 '도착 완료'됐다고 나왔다. 하지만 집 앞에 배송상품은 보이지 않았다. 택배 기사에게 전화해 확인한 A씨는 '반품 요청으로 다시 회수해 갔다'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미 배송한 상품을 회수하려는 입점 업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산대금을 받지 못할 것 같자 물건이라도 확보하려는 모습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았다.
25일 택배 업계에 따르면 티몬 입점 업체들은 이미 배송을 보낸 제품들에 대해 택배사에 긴급으로 회수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 요청 대상이 된 상품들은 이번 사태가 발발되기 직전 고객 구매가 이뤄져 이미 배송이 시작된 상품들이다. 입점 업체들은 티몬에서 판매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급하게 제품이라도 확보하고 하는 모습이다.
업체 측으로부터 배송중단 및 반송 요청을 받은 택배회사 직원들은 고객의 집 앞에 배송이 완료된 물품들을 다시 회수하는데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배송 시작 전 소식을 듣고 집하지에서 바로 반품되는 경우도 확인됐다.
문제는 회수가 이뤄졌음에도 고객에게는 배송 완료로 안내가 된다는 데 있다. 입점업체들이 티몬을 통하지 않았고, 고객에게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수거를 진행하다 보니 고객은 물건이 회수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 고객은 '오배송'이나 '분실'이라 생각하고 택배기사에게 문의했다가 반품 신청이 있었다는 황당을 답변을 듣기 일수다.
A씨는 "택배 기사님 얘기로는 배송을 가는 도중 반품 요청을 받아서 도로 가지고 들어가 반품을 보냈다고 한다"며 "내 집 앞에 와본 적도 물건이 배송 완료로 돼 있는 것도 황당하지만, 업체에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물품을 회수해 갔다는 게 더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티몬에서 환불 신청을 하긴 했는데 안되고 있다"며 "물건도, 돈도 둘 다 도둑질당한 것 같아 화가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소비자 B씨도 "배송 완료 메시지를 받고 나가봤는데 제품이 없어서 택배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업체가 반품을 요청해 제품을 다시 회수해서 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 택배트럭을 쫓아가 물건을 겨우 찾아 왔다"며 "내 돈주고 산 내 물건인데 한 발만 늦었어도 뺏길 뻔 했다.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C씨는 "배송 완료일에 휴가지에 있어 직접 물건을 받지 못했지만 배송 완료가 돼 있어 안심하고 휴가를 즐겼다"며 "집에 와보니 제품은 없었고 업체가 회수 요청을 해서 가져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배송 완료가 됐으면 내 물건인데 도둑질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입점 업체들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대표 D씨는 "밀린 정산대금이 있는 상황에 이 상품들 마져 빚으로 남으면 진짜 망하게 생겼다"며 "물건 회수를 못 하면 그냥 공짜로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 반품 택배비를 들여서라도 회수하는 방법 외에는 피해를 줄일 다른 방법이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 E씨는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피해자다"라며 "티몬에서 요청이 와야 취소 승인을 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다 보니 빈 박스라도 보낼 수밖에 없는 답답한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심정을 내 비췄다.
이어 그는 "우리도 지금 존망이 걸린 상황이라 제품을 보내드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사태가 완료되면 당연히 제품을 보내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