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나금융지주
사진=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이 동양생명 인수를 추진한다는 풍문이 돌며 동양생명 주가가 들썩였다. 모기업인 중국 다자보험이 한국 시장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하나금융은 보험사 인수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이날 62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7일(5240원) 대비 18.3% 오른 수치다.

이후 지난 18일 동양생명 주가는 뤄셩 이사회 의장이 인수를 위해 하나금융지주 측과 접촉했다는 풍문이 돌면서 장중 681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52주 최고가를 갱신한 18일 하나금융 인수설을 두고 '당사의 최대주주와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는 해명을 냈다.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 금융이 줄 수 있는 가치 그 이상을 손님께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방법 중 하나로 인수합병(M&A)를 꼽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보험사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9월 하나금융은 KDB생명 입찰에 유일하게 나서며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수를 중단했다.

금융권에서는 동양생명 인수설을 둘러싸고 정상화를 위한 투입 금액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인수합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나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77.6%로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중 두 번째로 높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한 가운데 지난해 중국 다자보험을 모기업으로 둔 ABL생명이 시장에 나오면서 동양생명도 덩달아 매각설에 휩싸였다.

동양생명은 저우궈단 전 대표가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취득 과정에서 20억원 가량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각설에 힘이 실렸다.

최고경영자가 비위를 저지르면서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가격이 빠지리란 기대가 피어올랐다. 저우궈단 전 대표를 이어 선임된 대표가 이문구 전 최고마케팅책임자란 점도 동양생명 매각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동양생명에 근무했지만 경력이 마케팅에 집중돼 있는 데다 국내 사정에 보다 밝은 한국인이어서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당분간 덩치보다 내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1분기 비은행 기여도가 22.4%로 전분기(5.5%) 대비 16.9%p 올랐다.

특히 하나생명 실적이 좋아졌다. 지난해 1분기에는 20억원 적자를 냈으나 1년 만에 4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나증권도 같은 기간 2782억원 적자에서 899억원 흑자 전환하는 등 비은행 계열사가 선전했다.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2.88%로 목표치인 13%를 넘기지 못했음에도 배당 규모를 유지키로 하는 등 주주환원에 좀 더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해외투자자를 만나 직접 기업설명회(IR)에 나섰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의 강점인 비용 효율성과 자산건전성을 바탕으로 이뤄낸 재무적 성과와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에 맞춰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스피 시장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지만 하나금융지주 PBR은 0.43배에 그친다.

동양생명 실적과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이 얼마 되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동양생명은 올해 1분기 순익 885억원으로 전년 동기(1495억원) 대비 44.73%의 순익 하락을 겪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FRS17 도입이 얼마 되지 않아 잡음이 많은 상태"라며 "새 회계제도는 장기 보험이 많은 경우 수치 변동 폭이 커져 추후 생각보다 큰 자본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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