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정신아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한 이후 인공지능(AI) 사업 중심의 성장동력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카카오톡' 기반 성장을 추진한 남궁훈 전 대표의 '비욘드 코리아' 계획이 불과 2년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코GPT2.0'을 개발 중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과 조직 통합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에서 개발 중인 △LLM '코GPT2.0' △텍스트 기반 AI 이미지 생성모델 '칼로(Karlo)' △톡채널사업부문 △멀티모달 모델(MM)사업무분 영업 일체를 양수한다. 영업 양수도 및 조직 통합 절차는 6월 중 마무리 예정이다.
이번 조직 통합은 AI 중심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AI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카카오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이 CAIO는 SKI AI사업단장, 다음 검색부문장, 다이알로이드 창업자 겸 대표,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등을 역임한 AI⋅데이터 전문가다.
정 대표는 조직 개편과 더불어 AI 사업 강화를 위한 자금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2929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EB 발행의 목적은 △AI·서비스 등 관련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 및 서버 구매 등 투자(1000억원) △카카오 플랫폼·AI·콘텐츠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및 합작법인(JV) 설립(1929억원)이다. EB 발행을 통해 조달되는 자원 대부분이 AI 사업 강화를 위한 연료로 활용되는 셈이다.
이는 '카카오톡'의 고도화를 추진한 남궁 전 대표의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와 대조된다. 앞서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의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 개편과 함께 광고·커머스 등 비즈니스와의 결합을 추진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비욘드 코리아 계획을 공개했다.
비욘드 코리아는 카카오톡 각 탭을 재정의하고 프로필과 친구 탭에 비목적성·소셜 인터랙션 요소를 추가하는 등 개방형 소셜미디어(SNS) 기능 전반을 도입하고, 별도 기능인 오픈채팅을 비(非)지인 영역으로 확대한 '오픈링크'를 통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로 설정한 비욘드 코리아는 2년 채 지속되지 못했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비욘드 코리아의 핵심 사업 중 하나였던 오픈링크 사업부문을 해체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조직개편에서 다양한 조직들간의 조정 및 통합 작업이 진행됐으며, 오픈링크 사업부문은 오픈채팅 관련 조직으로 통합됐다"라며 "오픈링크는 단독앱으로 출시하지 않고, 준비하던 기능 등은 관심사 기반 오픈채팅의 고도화 등을 위해 적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측은 '비욘드 코리아'라는 핵심 전략이 재고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의 별도 앱을 해외 출시하는 등의 계획은 수정됐으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을 통한 해외 사업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의 성장 동력 지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22년 대표이사로 내정된 류영준 내정자는 '주식 먹튀'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으며, 남궁훈 각자대표는 당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은택 각자대표는 사법리스크와 경영진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등의 문제로 임기를 마치고 대표직을 내려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