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사진=신승헌 기자
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사진=신승헌 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범야권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상속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등이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은 2만5796건이다. 이 중  처리된 법안은 9452건으로 처리율은 36.6%다. 

계류된 법안은 1만6344건으로 63.4%의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폐기를 앞둔 법안 중에는 금융권의 '태풍의 눈'으로 불렸던 금융투자소득세도 있다.

21대 국회가 차기 국회 출범 전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어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에 나선다고 했지만 여야 입장차가 뚜렷한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법안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연간 기준 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을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 초과 시 25%)의 세금을 매기는 법안이다.

아울러 토큰증권발행(STO) 관련 법안도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STO 법안은 지난해 7월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후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STO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해당 법안은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체화됐다.

토큰 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부동산, 미술품, 한우 등 실물자산에 대한 권리를 쪼개 증권화할 수 있다. 이미 혁신금융 차원에서 STO 발행업체가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STO 법제화가 완료되면 증권사가 일부 토큰을 유통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증권사는 STO 수익성이 충분하다 보고 선제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토큰증권발행·유통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 규모를 올해 34조원에서 2026년 119조원, 2028년 233조원, 2030년 36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STO 법제화 안건은 국회에 1년 가량 계류하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정안 발의 당시 빠른 시일 내 토큰증권 제도가 편입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법 개정 지연으로 STO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며 "토큰증권 관련 개정안이 계속 국회 계류 중이어서 참여 준비 주요 주체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추진하는 '금융안정계정' 제도가 2년 가까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시장 위기 우려 시 일시적 어려움에 부닥친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유동성 공급(채무보증·대출) 또는 자본확충(우선주 등 매입)을 지원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후 금리가 급등하고 자산 가격이 크게 조정되는, 이른바 '퍼펙트스톰(금융복합위기)'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추진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등 정부가 힘 있게 추진했던 이들 법안은 모두 21대 국회가 종료와 함께 폐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추진하는 금융정책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대 국회에 금융권 노조 출신 의원이 입성하면서 책무구조도 시행 등 금융업계 지배구조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22대 국회에 입성한 김현정·박홍배 후보는 각각 사무금융노조 위원장과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비씨카드 노조위원장과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거친 김현정 당선인(경기 평택 을)은 "개인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법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낸 박홍배 당선인도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이들 당선인을 중심으로 금융 규제 완화를 견제하고 금융권 내부통제와 공공성 강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한편 21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금융권 출신 인사들은 낙선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취를 감췄다.

민주당에서는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홍성국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낸 이용우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금융투자협회 출신 김병욱 민주당 의원,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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