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배터리 시장도 동반 속도 조절 중이다. 시장이 성장 둔화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배터리사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 되는데, 급성장기 K배터리사가 주력하던 파우치형이 대세였던 프리미엄 시장 중심에서 가격 경쟁력을 우선하는 보급형 시장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폼팩터(배터리 형태) 및 케미스트리(양극재) 다변화 양상을 보이는데, 전기차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대중화' 핵심 요건이 됐기 때문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국내 업계선 3개 폼팩터(원통형·각형·파우치형)를 모두 개발하겠다고 밝힌 곳은 SK온이 유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과 파우치형, 삼성SDI는 원통형과 각형을 사업중이다. 통상적으로 제조 난이도가 낮은 원통형부터 시작해 각형, 파우치형 순으로 개발하지만 SK온은 역순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원통형 배터리 개발이 꽤 많이 됐다"고 말하면서 폼팩터 다변화 전략을 밝혔다.

3개 폼팩터 가운데 파우치형 배터리만 양산 중인 SK온은 파우치형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채택해 단일 폼팩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인터배터리에서 각형 시제품 공개에 이어 올해 원통형 배터리 개발 사실까지 공식화하면서 3개 폼팩터 사업화에 대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 수석부회장은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3가지 배터리 폼팩터를 다 개발하는 것"이라며 "각형 배터리 개발은 이미 완료했고, 원통형도 고민하다가 개발(상당 수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원통형 배터리 양산 시점에서는 "(개발을 시작한 지는)꽤 됐다"며 "고객들이 원하면 거기에 맞출 것"이라고 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공간 효율이 낮아 에너지 밀도 낮은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인 장점이다.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고수하는 가운데 BMW, GM, 볼로, 스텔란티스 등도 원통형 배터리 적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각형 배터리 역시 채택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각형 배터리는 2020년 49%에서 23년 71%로 늘었다. SK온은 지난해 인터배터리에서 처음으로 각형 배터리 실물 모형을 선보였다.
SK온은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5.0%로 세계 5위다. 중국(10.9%)을 제외하면 세계 4위다. SNE 리서치는 "SK온은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상당 수준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추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원통형 폼팩터까지 추가할 경우 점유율 확대 폭은 더 늘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