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전경.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전경.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그룹 IT운영 방식을 효율화한다.

IT인력을 따로 자회사에 두지 않고 은행, 카드 등 그룹사 산하에 두면서 'New WON 슈퍼앱' 등 디지털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11일 우리금융지주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룹 IT운영 방식을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에서 '그룹사 직접 수행방식'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우리FIS가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을 대신해 IT업무를 맡았으나 그룹사 직접 수행방식으로 바꾸면서 개발기간이 최대 50% 줄어든다. 외주개발과 중복요소를 줄여 비용절감은 물론 현업 직원의 역량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지주체제 수립 직후 '그룹사 간 IT 위수탁 운영 방식'을 두고 10여 년간 수차례 개편 논의를 거쳤다. 은행-FIS 임직원 겸직, 교차근무 등 다양한 개선 시도를 했으나 궁극적 해결책은 거버넌스 개편이었다는 게 우리금융의 설명이다.

다만 그룹사 간 인력 이동 등 쟁점 사안을 두고 노사 및 계열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거버넌스 개편은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우리금융은 비즈니스와 IT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금융 트렌드에 맞춰 그룹사 자체 IT 개발역랑 강화로 △New WON 슈퍼앱 △BaaS △생성형 AI(인공지능)·빅데이터 △디지털 자산(STO·CBDC) 등 핵심 디지털 사업 동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임종룡 회장은 취임 후 '그룹 신 IT 거버넌스'를 주요 경영 과제로 선정하고 지주사 주관으로 'IT 개편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개편에 불을 지폈다.

임 회장이 개편 협의체를 만든 뒤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CEO는 매달 미래지향적 IT 거버넌스를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7월부터는 노사공동협의회를 구성해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인력 이전 방안'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했고 11월 인력 이전 합의를 마쳤다.

이달 5일에는 우리FIS 인력 재배치를 마치며 10년 숙원 사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은행에는 780여 명, 우리카드에는 170여 명의 전담 인력이 이적했다.

이는 우리FIS 전체 인력의 90%로 잔류 직원은 IT보안, 그룹웨어 개발·운영 업무를 이어 나가며 IT 아웃소싱 역할을 담당한다.

노사는 금융과 IT 통합이 빨라지는 만큼 금융사가 IT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아 10개월 만에 협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정착도 성공적이다. 신 거버넌스 가동 일주일이 경과했으나 사고나 장애는 한 건도 없었다.

우리금융은 '신 IT 거버넌스'의 가장 큰 효과로 IT 개발과 유지보수 시간이 크게 단축된 점을 꼽았다.

모바일뱅킹 등 10개 플랫폼 부서 신규 개발 업무는 은행 현업직원 260여 명과 우리FIS에서 이적한 IT인력 240여 명이 한 팀이 되어 한 자리에서 진행한다.

이에 따라 개발 및 유지보수 프로세스가 우리FIS를 경유하던 기존 7단계에서 3~5단계로 크게 단축돼 길게는 30일이 걸리던 개발기간이 2주 이내로 최대 50% 이상 획기적으로 줄어 변화가 빠른 시장과 고객 니즈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도 적지 않다. 외주업체 개발 비중을 최소화하고 자체 개발을 확대하는 한편 은행·카드와 자회사 간 기획 및 품질관리 업무의 중복요소가 제거됨에 따라 은행 약 130억원, 카드 약 20억원 등 연간 총 150억원의 판매관리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그 대신 디지털·IT 사업에 투자재원을 더 확보하는 셈이다. 

은행과 카드 현업직원들이 자체적으로 IT 개발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하게 된 점도 IT 거버넌스 재편 이후 얻게 된 큰 효과다. 

기존 우리FIS가 IT를 위탁 수행하던 방식에서는 현업직원이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걸림돌이 많았으나 '신 IT 거버넌스'는 같은 조직, 같은 공간에서 Biz-IT 간 협업해 개발을 수행한다. 의사소통 걸림돌이 사라진 만큼 개발과 운영이 반복될수록 은행과 카드사의 자체 IT 역량은 꾸준히 향상될 수 있다.

IT 내부통제가 더욱 강화되는 효과도 있다. 우리금융은 IT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우리금융은 IT 내부감사 조직을 '사업부서 – IT그룹 – 본부감사'로 이어지는 3중 방어체계로 재편했다. 또한 △BRM(Business Relationship Manager) 제도 도입 △제3자 점검 등 IT 내부통제 강화 계획도 수립했다. 

'신 IT 거버넌스'에서는 은행과 카드사가 직접 장애대응과 복구를 수행하게 되므로 수행능력 여부를 철저히 점검함으로써 IT 클린뱅크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하반기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진행 중인 '우리WON뱅킹 전면 재구축 사업(New WON)'은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캐피탈, 종금, 저축은행 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슈퍼앱이다. 이를 위해 앱 화면(UI·UX) 구성뿐만 아니라 앱 운영 인프라와 개발환경 등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완전히 새판을 짜는 사업이다.

모바일뱅킹 재구축은 그룹 디지털·IT 역량이 집중되는 전략사업이나 우리금융의 기존 모바일뱅킹은 외주 개발업체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은행 실무 부서가 개발을 요청하면 우리FIS는 요청사항을 검토한 후 외주 IT업체 등을통해 개발을 이행하는 식이다. 개발 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현업직원들이 모바일뱅킹 기술 습득과 운영 효율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IT 거버넌스 개편으로 우리은행 'New WON' 구축 사업은 Biz-IT 협업에 기반한 IT 자체개발 역량 향상이 더욱 수월해졌다. 이미 작년 7월부터 New WON 프로젝트에 은행 현업직원과 IT개발인력 120여 명이 함께 참여해 과제 단위로 팀을 구성했다. 현업직원의 개발 참여에 따라 개발 소요기간 단축과 IT 기술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싱가포르 개발은행(DBS)가 IT 운영을 자체 수행으로 바꾼 뒤 시가총액이 2.2배 상승한 점을 언급하며 "이번 개편을 진행하면서 DBS 사례를 꼼꼼히 벤치마킹했다"며 "IT 역량 내재화로 완전히 다른 금융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신 IT 거버넌스'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 New WON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사용자 개선요청 속도 또한 빨라져 금융권 슈퍼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금융은 지난 연말 기존 디지털혁신부를 미래혁신부로 확대 개편해 디지털 기반 신사업 추진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했으며 실무 추진동력 확보를 위해 은행에 신사업제휴추진부를 신설한 바 있다. 

최근 우리금융은 그룹 네트워크를 비금융 디지털 기반 신사업으로 확장한 새로운 사업모델 구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이 구상하는 디지털 기반 신사업은 △모빌리티 △여행 △부동산 △통신 △프롭테크 등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금융 거래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사업·신서비스 수행은 전략적 제휴뿐만 아니라 시장상황과 사업특성에 따라 지분투자나 자회사 직접 수행 방식 등 다양한 형태로 유연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뱅킹 기반 서비스(Banking as a Service)'로 뱅킹 인프라를 테크기업 등에 제공하고 해당 제휴 서비스 사용자를 우리금융 고객으로 연결하는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장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테크기업은 제휴사의 기민하고 유연한 IT 개발역량을 제휴 조건으로 제시한다. '신 IT 거버넌스' 이후 우리금융은 IT 경쟁력의 획기적 강화를 통해 테크기업과 제휴를 통한 디지털 신사업에도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금융권의 큰 화두로 부상한 생성형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활용 역시 '신 IT 거버넌스'에 따라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3월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뱅커'를 선보인다. WON뱅킹 내 챗봇에 탑재할 'AI 뱅커'는 은행 창구에서 직원과 고객 간에 오고 가는 대화를 분석, 언어모델을 학습해 은행 직원과 동일 수준의 예금 상품 상담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서보인 위비톡과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위비톡 같은 경우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여러 SNS 기능과 캐릭터를 이용했다"며 "지속적으로 서비스 했다면 고객에게 훨씬 더 각인도 되고 좋은 서비스를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우는 저희가 민영화가 됐고 안정적인 지배구조 아래 중단없이 꾸준히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디지털이라는 것은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 부분인데 여기서 성과가 안 나서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다고 문책을 바로 하고 이런 부분이 있으면 혁신적인 시도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2023년 하반기에 금융권에서 처음 도입한 '직원용 AI 지식상담 서비스'도 올해 안에 확대 시행한다. 이외에도 우리금융은 생성형 AI 도입 효과가 큰 업무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 생성형 AI 활용 범위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미 은행, 카드 등 전 업무영역에서 활용 중인 빅데이터 분야도 개별 자회사별 활용에 그치지 않고 그룹 데이터 통합 활용을 목표로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그룹 차원의 데이터 관리체계 정의를 마쳤고 올해는 그룹 데이터 통합플랫폼을 오픈할 예정이다. 조만간 △그룹 데이터포탈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체계 △메타데이터 관리시스템 등이 구현되면 그룹 전체의 데이터 경영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신 IT 거버넌스'를 발판으로 STO·CBDC 등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

우리은행은 올해 한국은행 CBDC 테스트 일정에 맞춰 CBDC 플랫폼을 구축 예정이며 내년 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STO(토큰증권)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플랫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수익모델 구축 △분산원장 표준화 △유통시장 연결망 △블록체인 지갑 연계 등 고난도 IT기술이 요구되는 CBDC·STO 플랫폼 구축은 다양한 기획력과 IT기술을 가진 금융-IT 전문가 협업과 시너지에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과 함께 '신 IT 거버넌스'가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과 활용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며 조만간 시장을 앞서나가는 성과물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대표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DBS)는 지난 2016년 IT 운영방식을 자체수행(Insourcing)으로 전환한 후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향상된 자체 IT역량을 바탕으로 350개 이상의 API를 개발하는 한편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서비스 출시,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구축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통해 새로운 비이자수익원을 발굴했다. 

그 결과 시가총액은 2.2배가 상승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디지털 기술력을 앞세워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시장 개척에도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금번 IT 거버넌스 개편을 진행하면서 DBS 사례를 꼼꼼히 벤치마킹 했다. IT 자체수행에 따른 역량 내재화를 통해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금융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에서다.

2024년 그룹 경영목표를 '선도금융그룹 도약'으로 수립하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우리금융에게 금번 IT 거버넌스 개편은 중대한 모멘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모바일 중심 개발환경 구축과 클라우드 고도화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개발기 반을 마련했고 이번 IT 거버넌스 개편을 통한 은행, 카드 IT 자체개발 도입으로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임종룡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임직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은행·카드·FIS 간 IT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그룹의 디지털·IT역량을 한 차원 더 높였다"며 "그룹의 진용을 새롭게 갖추는 재정비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여주고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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