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도전! K-스타트업 2023' 왕중왕전에서 참석자들이 대상 시상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진오 알데바 대표. 사진 = 중소벤처기업부
지난 10월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도전! K-스타트업 2023' 왕중왕전에서 참석자들이 대상 시상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진오 알데바 대표. 사진 = 중소벤처기업부

2023년은 대내외 경제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한 스타트업들이 빛나는 한 해였다.

지난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창업자 63%가 지난해 대비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답했다. 창업자의 76.5%는 벤처캐피탈의 미온적 투자·지원, 민간부문 지원사업 약화 등에서 투자 시장이 악화했음을 체감했다고 응답했다. 창업자의 76.5%는 2024년에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악화될 것이라 답해 체감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국내·외 산업 흐름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기업들이 있다. 특히 2023년 스타트업 및 주요 산업 시장의 핵심 소재였던 인공지능(AI) 분야의 진화가 눈에 띄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올해 가장 큰 성과를 낸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다. 루닛은 지난 14일 볼파라 헬스케어 테크놀로지를 약 2525억원에 인수했다. 볼파라는 2009년 뉴질랜드에서 설립된 다국적 기업으로, 유방암 검진 특화 AI 플랫폼을 갖췄다. 볼파라는 현재 미국 2000여 개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를 통해 유방암 조기 진단 빅데이터와 미국 내 자체 판매망을 동시에 확보했다. 볼파라가 소유한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한 데이터 수는 1억장으로 기존 루닛의 데이터량인 30만장을 크게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 내 유방 촬영 검진센터 10곳 중 4곳이 볼파라 제품을 사용 중이라는 사실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AI LLM(대형 언어 모델) '솔라-10.7B'처럼 실력으로 우위를 점한 경우도 있다. 지난 24일 허깅페이스(오픈소스 인공지능 성능 경쟁 사이트) 내 '오픈 LLM 리더보드'에 솔라가 2위를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독일 사워크라우트-LM도 솔라를 활용해 만든 LLM이며 점수 차는 0.06점이었다.

솔라는 매개변수(파라미터, 학습지표)가 107억개에 불과함에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일반적으로 AI의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성능이 더 좋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매개변수는 AI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요구되는 컴퓨팅 파워도 높아 보급이 쉽지 않다.

정부가 인정한 기업도 있다. 지난 10월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23' 왕중왕전 대상에 선정된 알데바와 라이온로보틱스다. 경진대회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11개 정부부처가 공동 개최하며 예비창업리그와 창업리그 우수 스타트업 10개사씩 총 20개사를 선정한다. 올해 경진대회는 총 6187개사가 참여해 3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창업리그 대상에 선정된 알데바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출신 김진오 대표와 같은 과 스티브 박 교수가 공동 창업한 회사로, 실제 인체 물성을 모방한 생체 고분자 소재 합성 기술 기반 수술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예비창업리그 수상팀인 라이온로보틱스는 카이스트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설립했다. 라이온로보틱스는 AI 기술을 이용해 긴 운용시간, 빠른 속도, 험지 보행 기능을 갖춘 사족보행로봇 '라이보'를 개발했다.

비욘드뮤직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대형 투자를 유치해 이름을 떨쳤다. 비욘드뮤직은 지난 5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약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비욘드뮤직의 투자는 기존 투자 유치 금액 2위인 디자인 기업 디스트릭트의 1000억원보다 2배 많다.

한편, 2024년 스타트업 투자 유치는 조금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11월 브라운백 미팅을 열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관련 투자가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단, 기업공개(IPO) 시장은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장원열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은 "(투자 환경이) 여전히 혹한기로 느껴지는 상황"이라면서도 "에이블리 등 흑자 기업들이 나오고 있고 ICT 서비스관련 투자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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