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 앞에서 부산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섰지만, 국내 기업 총수들의 노력은 한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민간외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부산은 29일 오전 1시(현지시각 28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중 실시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획득해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119표를 얻었으며 3위인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민·관 구분 없이 각계각층 인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했다. 특히 삼성, SK, LG, 현대 등의 기업 역시 전방에 나서며 각 기업 총수들이 솔선수범해 1년 반 가량 유치 활동을 펼쳤다. 

기업들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선전은 ‘K-기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한 인상을 끼쳤다. 우리나라는 교섭대상국 입장에서 단순 소비재부터 첨단기술과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모든 산업의 경쟁력과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유치 홍보 과정 그 자체가 수확이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엑스포 유치 활동을 통해 사업 협력 기회 창출, 새로운 시장 발견, 공급망 확대 등 괄목할 만한 경제외교 결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인들과 부산 엑스포는 숙명적인 인연"이라며 "미국·중국 갈등 등 지정학적 문제로 글로벌 시장이 쪼개지는 가운데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지금, 엑스포는 세계 시장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과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해 활동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 취임 이후, 같은 해 7월 국무총리 산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에 한덕수 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최 회장은 △2022년 11월 BIE 총회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 △2023년 1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면담 △2023년 2월 말~3월 초 2030 부산엑스포 대통령 특사 △2023년 4월 BIE 실사단 방한 기념 환영 오찬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이 2022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약 70만km로 지구 둘레 17바퀴 가량이다. SK그룹 CEO들의 이동거리까지 포함하면 280만km(지구 70바퀴)에 달한다. 

최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BIE 본부가 있는 파리에 지난 10월부터 상주하며 각국 BIe 대사들을 만나 설득하고,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관계자들과 만나는 등 막판 엑스포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쓴 인물 중 하나다. 이 회장은 △1월 윤석열 대통령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 동행 △3월 일본·중국 방문 △5월 미국 방문 △6월 프랑스·베트남 방문 △7월 태평양 도서국 방문 등을 실시했다. 

이 회장은 현지시각 지난 8일 남태평양에 위치한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같은 달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 한국 대표부 주최 국제박람회기구 대표 접견 자리에서도 부산엑스포 유치를 선전했다.

LS그룹 역시 올해 2월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협회장을 앞세워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구 협회장은 지난 2월 25일부터 16일 동안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카리브해 5개국(그레나다,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세인트루시아, 앤티카바부다, 세인트키츠네비스연방)을 방문했다. 

LS그룹 임직원들은 대한상의가 우즈베키스탄, 조지아를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의 후속 조치로 직접 현장을 방문해 관련 인사 접견 및 유치 홍보 활동을 실시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그룹 차원에서 전담할 조직인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 설립 이후 멕시코·체코·슬로바키아·미국·UAE 등을 방문하며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요청했다. 

정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밖에도 부산엑스포 유치 선전을 위해 BIE 실사단에 제네시스 등을 이동 차량으로 지원하고 아트카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편, 2030 세계 엑스포는 이번 투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에서 개최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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