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생명이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당장은 '무배당' 경영을 깨고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포석으로 분석되지만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배당금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도 감지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화생명은 이날 사외이사 4인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3000~5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의결 이유로는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관리'를 꼽았다. 후순위채권의 구체적인 발행 시기·규모·금리 등의 세부 조건은 추후 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이 재무건전성을 후순위채권 발행 결정 배경으로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흔히 재무건전성이 불안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지급여력비율 확대를 위해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데 한화생명은 이런 기초 체력에서 문제점이 없어서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올해 도입된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181.2%를 기록하며 보험업법 기준인 100%를 가뿐히 넘었다. 금융당국이 좀 더 보수적으로 권고하는 비율인 150%도 손쉽게 충족했다.
다만 이런 건전성 덕분에 한화생명의 후순위채권 발행은 더욱 "배당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를테면 킥스 도입에 앞서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산출 시 이를 선택적으로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마련했다.
킥스 도입에 따른 건전성 기준을 보험사가 유예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어서 사실상 금감원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부담을 덜어준 조치다.
실제로 지난 2월 총 19개 보험사가 금감원에 이를 신청해 혜택을 봤다. 이들 신청사의 최종 킥스 비율은 평균 79.1%p 크게 올라 애초 이 제도의 연착륙을 돕겠다는 금감원 취지에도 부합했다.
문제는 이런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해당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최근 5년간 업계 평균의 50% 또는 보험사의 과거 5년간 평균의 50% 중 큰 값을 넘길 수 없다'라는 조건이 달렸다는 점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경과조치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재무건전성 의심의 전제조건으로 정의하고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일부 제한하는 일종의 '페널티'를 부여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서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는 최근 5년간 보험업계 평균 배당성향인 35% 안팎의 절반 수준인 사실상 10% 초중반대의 배당성향을 향후 책정할 수밖에 없다.
보험 업계에서는 이런 페널티가 달린 점을 한화생명의 경과조치 '무 신청' 이유로 꼽고 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는 기존 지급여력비율로 따져보면 오히려 한화생명보다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교보생명이 경과조치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킥스 도입 이전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기존 지급여력비율인 RBC 지표를 보면 한화생명은 162.2%로 교보생명(180.64%)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한화생명의 경과조치 신청은 당연한 수순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RBC비율이 한화생명보다 더 높은 교보생명에서 경과조치를 신청한 것과 반대로 한화생명은 이를 신청하지 않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보험 업계에서는 "상장사인 한화생명이 주가를 의식하고 궁극적으로는 배당 제한 조건을 고려해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은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들었다. 뒤이어 이런 분석은 지난 5월 열린 한화생명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에는 배당을 실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란 발표가 나오면서 설득력을 더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0년 결산배당으로 1주당 30원의 현금배당을 책정했고 이를 끝으로 2년 연속 무배당을 고수했다. 이렇게 되면서 한때 700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최대주주 ㈜한화의 현금줄도 말랐다.
만약 내년 초에 한화생명이 2023년 결산배당을 한다면 약 3년 만에 배당이 재개된다. 이렇게 되면 가장 최근 배당성향만 유지하더라도 최대주주 ㈜한화(3억7551만9118주·43.24%)는 최소 113억원의 배당금을 챙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