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용 부사장이 주요 기술 개발 사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차선용 부사장이 주요 기술 개발 사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과거 남자 육상 100m 경기에서 10초는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벽이었으나,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미국의 짐 하인즈가 9초 95의 기록을 세우며 그 벽을 깨뜨렸다. 그렇게 10초의 벽이 한번 허물어지자 뒤를 이어 많은 사람들이 10초의 벽을 넘어섰다. 이것이 바로 퍼스트 무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SK하이닉스가 계속해서 기술 한계를 돌파해내는 기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되는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받은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부사장은 대한민국 반도체 발전과 궤를 함께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SK하이닉스에서 10나노급 D램 '테크 플랫폼'을 도입한 주인공이자 SK하이닉스 D램의 발전을 이끈 주역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차 부사장은 10나노급 D램 테크 플랫폼(Tech. Platform)을 도입해 다음 세대 미세 공정의 기틀을 마련, 지난 2019년 당시에는 최고 속도인 HBM2E(High Bandwidth Memory 2 Extended)를 개발해 초고속 메모리의 발전을 주도했다.

테크플랫폼은 어느 한 세대 제품에만 적용하는 기술이 아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틀'을 뜻한다고 SK하이닉스는 설명했다. 1세대(1x) D램에 처음 적용된 이 플랫폼은 2세대(1y), 3세대(1z), 4세대(1a)를 넘어 그 이후 세대까지 이어지게 되며 SK하이닉스 D램 기술력의 기반이 됐다. 

차선용 부사장이 주요 기술 개발 사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차선용 부사장이 주요 기술 개발 사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차 부사장은 반도체 기술 개발에 힘은 '원팀(One-team)의 힘’에서 비롯 됐다고 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어느 누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구성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접목하고 풀어낼지 고민하고 도전했던 것이 주효했다. 이것이 반도체 기술 개발에 '원 팀'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차 부사장은 제품 개발 이외에도 지난 2017년 2021년 7월 10나노급 4세대(1a) LPDDR4 양산에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도입해 생산성과 원가경쟁력 향상에도 이바지했다. 반도체 미세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정 난이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 작은 파장의 광원으로 미세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 EUV 공정은 메모리 업계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부족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선제적 기술 협력 강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협력 추진 등이 앞으로 경쟁력의 한 축이 될 것이고, 이는 회사를 넘어 한국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 부사장은 D램 기술 개발을 넘어 D램과 낸드를 포괄한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을 맡아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차 부사장은 "앞으로 AI 컴퓨팅 시대에 들어서면 데이터는 더욱 증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시장의 요구도 커지게 된다"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기업, 학계 등과 경계 없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부사장의 최종 목표는 SK하이닉스의 ‘미래 비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는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필요한 요소 기술 개발부터 시작해 몇 년에 걸친 장기간의 작업"이라며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회사와 후배들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그리고, 이를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 나의 과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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