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 세계 ESG 채권 발행액이 5000억 달러에 근접했다.

지난 1년 동안 발행액이 470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6개월 새 전년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다.

시장은 올해 ESG 채권 발행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 ESG 경영 확대 영향…민간기업 참여로 발행 증가세


2021년 상반기 회사채 시장의 이슈는 단연 ESG 채권이다.

지난해까지 주된 ESG 채권 발행자는 공공기관과 금융회사였지만 올해는 비금융 민간기업들의 발행이 두드러졌다.

10년 만에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전액 ESG 채권으로 발행하는가 하면 증권/운송 등 다양한 섹터에서 ESG 채권이 발행됐다.

채권 발행뿐만 아니라 ESG 위원회를 설립하고 여성 임원을 늘리는 등 기업들이 ESG 경영 기치를 피력하는 데 적극적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의 ESG 채권 발행이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한국과 중국의 발행 확대가 눈에 띈다.

올해 한국과 중국의 ESG 채권 발행액은 각각 300억, 270억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총 발행액인 200억, 140억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앞으로 중국의 발행 확대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다른 국가를 크게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ESG 발행액은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민간기업의 발행은 미미했지만, 올해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이다.

채권 통화 역시 지난해까지 달러 및 유로 등 외화가 많았지만, 올해는 원화 발행이 많았다. 원화 채권의 경우 국내 투자자 수요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ESG 채권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수요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한편 ESG 채권 발행 확대와 함께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발행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프랑스의 에너지 기업인 토탈(Total)은 올해 2월 IR 발표에서 향후 모든 채권은 지속가능연계채권으로만 발행할 것을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 회사의 모든 투자와 자금 사용은 ESG와 관련해서 계획하고 실행하겠단 의지를 선언한 셈이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다른 ESG 채권과 달리 구체적인 프로젝트 선정과 관련 내용 공시가 필요하지 않아 발행 과정에서 회사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ESG와 관련된 목표가 설정돼야 하는데 회사의 상황과 전략적 목적에 맞는 고민이 필요하다.

 


해외에선 개인도 ESG 채권 투자하는데…국내는 아직 기관투자 전유물


ESG 채권 발행이 급격히 늘고 있는 배경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로벌 ESG 채권의 주요 투자자는 연기금, 보험사 및 자산운용사 등 기관 위주였다. ESG에 대한 사회적 중요도 높아짐에 따라 장기투자 비중이 큰 기관투자자 위주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ESG 채권 투자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영국 정부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9월 ‘Green Gilt’라는 그린본드 국채 발행을 예고했다. 국채를 ESG 채권으로 발행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특이한 점은 개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들은 3년 만기 채권을 100파운드에서 10만 파운드 사이에서 원하는 만큼 선택할 수 있다.

정부는 조달한 자금으로 ‘2050년 온실가스 제로’를 위한 프로젝트에 사용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내용은 투자자에게 자세히 공개된다.

영국 정부의 ESG 채권 발행은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높고 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ESG 채권 투자는 기관투자자에서도 여전히 미미하다.

우선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에 국내 주식 직접 운용에 이어 올해에는 간접 운용에도 ESG 평가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에 대해서는 현재 방법과 절차를 구상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타 공제나 보험사 경우에도 현재까지 ESG 채권 투자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고 있지 않다. 그나마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 투자 프로세스를 검토하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투자로써 위험도 낮아…금리 상승기 방어적 전략 활용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지속가능연계채권에 대해 ESG 채권과 동일한 대출 프로그램 담보로 인정했다. 이로써 자산매입프로그램의 매입 대상에 포함됐다.

엄격한 의미에서 지속가능연계채권은 ESG 채권이 아니지만, 기업의 ESG 경영 확대를 독려하고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를 높이기 위한 유럽연합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바젤위원회는 은행이 가상화폐를 보유할 경우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내용이 담긴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위험 가중치는 1250%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금의 경우 0%, 주택담보대출 20%가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ESG 투자에 대해선 현재 별도로 자본적립률이 없다. 위험도가 그만큼 낮다는 방증이다.

특히 세계적인 ESG 중시 경향을 감안할 때 추가 자본적립률을 낮추는 정책도 나올 것으로 전망돼 안정적 투자처란 인식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금리상승을 대비한 전략으로도 ESG 채권은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한광열 애널리스트는 “채권 금리는 당분간 상승 압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채권 투자자에게는 최대한 방어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기물 위주의 방망이 짧게 잡기, 하위 등급 회사채의 캐리 투자 등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장기 관점으로 ESG 채권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며 “이제 ESG 채권도 선별이 중요한 시기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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