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주 제36대 생명보험협회장. 사진=생명보험협회
김철주 제36대 생명보험협회장. 사진=생명보험협회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을 이유로 보험사를 압박하는 가운데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을 두고 제 역할을 잊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생명보험 업계의 가려운 곳을 당국에 설명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당국의 일방적인 행정에 몸을 사리며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최근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단기납 종신보험과 같은 일부 상품의 판매 과당 경쟁, 절판 마케팅을 지양하고 공정 경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건전한 모집 질서와 소비자 보호가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 발언에는 일부 보험 상품 판매 과당 경쟁 등으로 민원 발생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금융당국은 최근 생명보험사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칼을 뺐다. 대표적으로 새 회계제도 IFRS17 실시로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이 보험사 자산에 편입됐다. 판매가 늘어날수록 보험사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각 보험사는 130%대 환급률을 내세워 고객 유치에 나섰으나 금융당국은 환급률을 120%로 규정하며 제제에 나섰다. 이를 두고 과도한 경쟁으로 불완전 판매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많은 고객이 중도 해지 시 보험사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생명보험업계는 당국 간섭이 과하다고 반발했으나 정작 업계 어려움을 설명해야 하는 김 회장이 당국 편을 들며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됐다.

생명보험협회는 여타 협회와 마찬가지로 생명보험사가 내는 회비로 운영하며 생명보험사 입장을 당국에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이런 취지를 무시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관료 출신 인물이 협회장을 맡으면 정부와 당국과 긴밀한 소통으로 업계 규제를 풀어주리라 기대하지만 김 협회장이 보여준 행보는 '친정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과 같이 근무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철주 회장이 친정부 인사로 분류됐던 점은 생명 보험 정책 추진에는 장점이겠지만 금융당국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큰 단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김철주 회장이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 업무 방식을 갖고 있다"며 "당국이 보험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이런데 앞으로도 생명보험사 편에 서서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철주 회장은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수출입은행장 후보 물망에 오를 만큼 친정부 인사로 분류됐다.

특히 김 회장은 '서울대 82학번'으로 통하는 최상목 기재부 장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과 친분이 있다.

아울러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동문으로 윤석열 정부 이후 취임한 금융당국 인사와도 각별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철주 회장 내정 직후부터 나온 "협회보다 정부 눈치를 살피는 회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보험업계 핫라인으로 출시 보험 상품 현황을 매일 보고토록 해 업권 자체의 위축까지 우려하는 상황임에도 협회의 역할은 희미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우려도 일정 부분 이해는 되지만 최근 보험사에 가해지고 있는 압박이 과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협회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인데 역할이 크지 않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철주 회장이 내놓은 공정한 경쟁이나 당국과 소통 강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메시지"라며 "모두 다 양보하는 의미 없는 소통보다 당국과 논리적으로 맞서 생명보험사 고충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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