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녀온 곳은 광명에 위치한 도덕산숲길이다. 도덕산은 183m의 나지막한 산이다. 등산이 아닌 숲길을 걷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도덕산공원 입구에서 출발해 야생화단지 -> 도문쉼터 -> 출렁다리 -> 도덕산 정상 -> 인공폭포 -> 유아숲체험장-> 치유의 숲 -> 도덕산공원 광장까지 도덕산을 구석구석 걸어 본다. 여유 있게 걸어도 1시반이면 충분하다. 서울 근교에 이렇게 좋은 숲길이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둘레길을 오래 걷고 싶은 분들은 도덕산~구름산~가학산~서독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걸어도 좋다. 높이 200m 내외의 4개의 산들이 촘촘이 이어져 있어 걷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총길이가 11.65km로 숲길로 이어진 둘레길이다. 

이제 도덕산으로 출발해 보자. 광명사거리역(7호선)에서 하차후 1번 출구로 나와 15분정도 걸으면 도덕산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4번 출구로 나와 버스(12번, 11-1번)를 타도 되지만 먼 거리가 아니니 걷는 것을 추천한다. 공원입구에서 왼쪽 방향으로 야생화단지를 향해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해 본다. 아직은 이른 시기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생화단지내 꽃들이 꽃망울을 조심스레 드러내고 있다. 야생화단지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도문쉼터로 향한다. 계단을 좀 올라가야 하지만 이정도의 수고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도문쉼터에 오르면 도덕산 정상이 바로 눈앞에 들어온다.

산을 오를 때 가장 많이 듣는 거짓말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 곳만 오르면 곧 정상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힘겹게 오르면 더 높은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거의 다 왔다는데 가도가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초보자들이 등산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이유다. 하지만 도덕산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정상이 바로 눈앞에 보이고 실제로 보이는 곳이 정상이다. 너무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기에 "도덕산을 오른다"라는 표현보다는 "도덕산숲길을 걷는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야생화단지(사진 위)와 도문쉼터(사진 아래).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야생화단지(사진 위)와 도문쉼터(사진 아래).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도덕산숲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도덕산숲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도덕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는 고즈넉한 소나무숲길이 이어져 있다. 숲길을 걷다보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출렁다리가 웅장한 모습으로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보통 출렁다리는 높은 산봉우리를 연결하는 다리지만 연결할 봉우리가 없는 도덕산에도 출렁다리가 있다. 그런데 평범한 출렁다리가 아니다. 예사롭지 않다. Y자형 현수교로 광명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출렁다리의 전체길이는 100.5m로 70kg 성인 640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다리를 건너보면 출렁거림이 생각보다 심하다. 게다가 다리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아찔함과 스릴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출렁다리 아래는 인공폭포가 있어 계곡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다. 출렁다리를 지나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도덕산 정상에 다다른다. 도덕산숲길은 데크와 흙길이 잘 어우러져 있어 맨발로 산에 오르거나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렁다리의 모습.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출렁다리의 모습.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도문산 정상 정자.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도문산 정상 정자.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정상에 있는 정자에 앉아 풍광을 감상하고 다시 출렁다리쪽으로 하산하면서 인공폭포를 둘러본다. 여름에는 인공폭포의 물줄기가 도덕산을 찾는 이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인공폭포에서 바라본 출렁다리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인공폭포를 감상하고 유아숲체험장으로 향한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은 정원과 같은 곳이다. 유아숲체험장을 지나오면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한다는 잣나무 단지로 조성된 치유의 숲을 마주하게 된다. 치유의 숲 한복판 벤치에 앉아 산림욕을 하며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신다. 진한 내음의 잣나무 향기가 코를 찌르며 온 몸을 파고든다. 정말로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있음이 바로 느껴진다. 숲속 향기에 취해 자연이 주는 호사를 원없이 누려 본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치유의 숲을 지나 공원광장으로 내려와 도덕산숲길 걷기를 마무리한다.

치유의 숲 잣나무 단지.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치유의 숲 잣나무 단지.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숲길을 걸으며 지친 마음을 치유했다면 이제는 허기진 배를 치유할 시간이다. 도덕산숲길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광명사거리역으로 향한다. 광명사거리에 위치한 광명전통시장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5일장으로 열리는 시장이 아니다. 상설시장으로 365일 쉬는 날 없이 항시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전통시장이다. 싸고 맛있는 먹거리가 너무 많아 무엇을 먹어야 할 지 고민이 된다. 엄청난 양을 소화할 수 있는 먹방 유튜버들이 부러워지는 시간이다. 미리 먹고 싶은 것을 결정하고 가도 되지만 구석구석 전통시장을 구경하면서 결정해도 된다. 시장 내부도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눈, 코, 입이 모두 즐겁기만 하다.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배도 채우고 장도 볼 수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매일매일 오고 싶은 곳이다.

광명전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광명전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도덕산숲길은 볼거리와 등산, 트레킹의 재미를 한곳에 모아 놓은 곳이다. 소문 내지 않고 자주 찾고 싶다. 도덕산숲길과 광명전통시장은 필자가 독자분들께 드리는 선물이다. 제가 드리는 선물을 서랍에 넣어 두지 말고 지금 바로 뜯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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