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수락산 자락을 품에 안고 있는 수락산숲길이다. 전구간이 나무데크로 조성된 무장애길로 1.74km의 길지 않은 코스다.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왕복코스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편안한 길이다. 숲길이 너무 완만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수락산둘레길을 걷는 것도 괜찮다. 둘레길은 서울둘레길 코스중 하나로 도봉산과 수락산, 불암산으로 이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걷기 좋은 길이지만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수락산숲길을 가려면 수락산역(지하철7호선)에서 하차해 3번출구로 나오면 된다. 수락문에서부터 시작되는 먹자거리를 지나오면 수락산쉼터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수락산 정상과 둘레길, 그리고 숲길로 나눠지는 출발지다. 가고자 하는 곳이 다르더라도 헷갈리지 않도록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수락산숲길의 가장 큰 매력은 우거진 숲 속을 여유롭게 사색하며 걷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 덕에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숲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마음껏 누려본다. 출발지에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에 걷기 전부터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여름철이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마춤이다. 물놀이도 가능하고 계곡 주변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아 숲체험장도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 있다.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고, 쉽게 걸을 수 있다 보니 찾는 방문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계곡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계곡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락산숲길 데크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락산숲길 데크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락산은 서울의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 그리고 의정부시와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과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산으로 불린다. 높이는 638m이다. 수락산이라는 이름은 거대한 화강암 암벽에서 물이 굴러 떨어지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거대한 암벽 등 기암괴석이 많기로 유명하며 샘터와 폭포도 많다. 높지는 않지만 암산이다 보니 만만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산세가 험하다 해서 술악산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수락산은 1977년에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필자는 수락산 정상에 한 번 오른 적이 있다. 쾌청한 날씨에 등산을 해서인지 경치에 취해 힘들었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등산하기 힘든 산이지만 주말만 되면 도심에서 몰려드는 등산객으로 넘쳐난다.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소위 불수사도북(강북5산) 종주산행은 전문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진리로 통한다. 20시간 이상 등산해야 하며 위험한 암벽이 많아 일반인들은 완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험하다고 한다. 

수락산은 청정한 계곡물, 수려한 바위들로 유명하지만 좋은 기운이 가득한 산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수락산역 인근에는 수락산의 맑은 정기 때문인지 1등 당첨자가 무려 50명이나 배출된 로또판매점도 있다. 수락산의 정기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다. 수락산 정상이 아니더라도 수락산숲길을 걸으며 수락산의 맑은 기운을 듬뿍 받아 가기 바란다. 숲길을 처음 다녀온 필자도 앞으로 일이 술술 잘 풀릴 것만 같다. 수락산숲길은 천재 시인 천상병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주 찾던 쉼터로도 유명하다. 천상병 시인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이 숲길을 걸었을까? 욕심없이 자유롭게 살다 간 천상병 시인의 삶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숲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숲길의 끄트머리인 종달새어린이공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고민하지 말고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오면 된다. 걸어왔던 숲길을 다시 걸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새로운 길을 걷는 느낌이다. 이런 게 숲길의 매력이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몇 번이고 왕복하고 싶은 길이다.

수락산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락산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천상병 시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천상병 시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락산숲길을 왕복하는 이유는 거리가 짧은 탓도 있지만 교통과 먹거리를 고려해서다. 반대편 종달새어린이공원으로 내려가면 아파트단지라 지하철역까지 마을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맛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락산숲길 출발지는 바로 먹자거리와 이어져 있다. 수락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수락산 먹자거리를 찬찬히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등산객들이 많은 곳은 가성비 좋은 맛집들이 많다. 먹는 즐거움을 충족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어떤 메뉴를 선택할 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필자는 등산을 좋아하지만 요즘에는 둘레길과 물길, 숲길을 걷는 트레킹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산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의 매력이 화려함이라면 트레킹을 하며 느끼는 매력은 여유로움이다. 여유롭게 숲길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맑은 기운이 몸 속으로 겹겹이 배어든다. 이번 주말 망설이지 말고 수락산숲길을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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