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에서 끝내 패소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이하 한엔코)에 지분을 넘기게 됐다.

그 시발점은 불가리스의 '코로나 억제 효과' 논란에서 시작됐는데, '기망'으로 시작된 30년 장수 제품 불가리스가 60년 남양유업 오너 경영의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다.

이번 재판은 홍 회장이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표하며 지분을 한앤코에 넘기기로 했던 약속을 번복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홍 회장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쌍방대리를 문제 삼으며 주식양도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고, 한앤코 측은 계약을 이행하라며 주식양도소송을 제기, 1심과 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대법원마저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남양유업은 소송의 원인이 된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과' 뿐 아니라, 그간 '아님 말고' 식의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기망하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2005년, 남양유업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주한미군에 유제품 납품을 시작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미군 살균유 법령(PMO) 인증'을 국내 최초로 받았다며 "품질로 이뤄낸 국내 유일의 쾌거"라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게재했다. 특히 이 광고에서 "미군이 지금까지 국내 우유품질에 대한 신뢰 문제 때문에 우유를 미국에서 공수해 먹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미군의 유제품 기준은 한국 식약청 기준보다 오히려 낮았고, 단지 가격이 저렴해 자국의 저가 유제품을 공수해 왔던 것이 알려지며 과대광고논란에 휩쓸렸다. 국내 타 유제품 기업들은 미군 납품에 대해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프림은 걱정된다'는 광고 카피로 프림 대신 무지방우유를 넣은 자사의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프림을 사용하고 있는 타 업체들을 겨냥한 것인데, 프림에 들어가는 '카제인나트륨'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식품안전연구원과 국제 식량농업기구에서도 인체에 무해 하다고 밝힌 성분이다 보니 남양유업은 식약청으로부터 "광고 카피가 타사 제품을 오해하게 해 비방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 시정명령에 따라 광고를 수정한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나쁘다고 한 적은 없다"며 오히려 "화학적 합성품 카제인나트륨 대신 천연원료인 무지방 우유를 함유한 커피믹스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입장을 내놨다. 믹스커피 업계 1위 동서식품은 남양유업으로 인해 카제인나트륨에 대한 소비자 오해가 너무 커지다 보니, 하는 수 없이 제품 원료를 교체하기도 했다.

2019년 5월 녹가루 분유통 사태 때는 남양유업이 제품을 처음 신고한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규정하고 민·형사 고소를 진행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당시 남양유업은 공지문을 통해 제품에 문제가 없다는 '안전성 검증'을 행정기관과 식약처에서 받았다고 밝혔지만 YTN의 취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2020년 4월에는 해외 및 국내 업체에서 오래전부터 판매해 온 삼각치즈에 '세계 최초! 한입에 쏙, 세모 조각치즈'라는 문구를 넣어 논란이 됐다. 당시 남양유업은 "세계 최초 설비를 도입했고, 이 설비에서 A치즈가 나왔기 때문에도 세계 최초의 삼각 모양 치즈라고 볼 수 있다"는 황당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오너 경영 종료의 시발점인 불가리스 제품의 경우도 그렇다. 불가리아와 관계없는 제품임에도 이름부터 불가리아가 떠오르는 데다, 장수국가 불가리아를 언급하는 마케팅을 이어오며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혼동을 줬다.

불가리스는 1991년 남양유업이 출시한 요구루트 제품이다. 불가리아의 건강 비법 중 하나인 유산균 발효유에 착안한 제품이라고 홍보하지만 정작 불가리아산 발효유는 1%도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다. 남양유업이 '불가리아산' 이란 표현을 쓴 적은 없지만, 제품명부터 마케팅·광고 등에서 불가리아를 떠올리게 한 자체가 기만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불가리아는 국영기업을 통해 생산되는 모든 요구르트 배양균에 대한 독점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많은 업체들은 정식 계약을 통해 '불가리아'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유업이 2005년 정식 라이센스로 불가리아를 판매했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자사 불가리스의 인기에 편승한 표절 제품이라며 매일유업을 상대로 상표권 소송으로 제기해 승소했고, 정식 라이센스를 받은 진짜 불가리아 제품은 여러 이름으로 제품명을 변경하다 끝내 단종됐다.

이후 남양유업 불가리스는 승승장구하며 30년간 장수 브랜드로 명맥을 이어오다, 남양유업의 60년 오너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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