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금융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금융

우리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증권사 인수 의지를 드러냈지만 100일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애초 증권사 인수가 우리금융의 숙원 사업이라는 점에서 임 회장이 던진 인수전 출사표는 호평받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밑그림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우려로 번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관치' 논란을 명쾌한 인수전 출사표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본인 업적으로 삼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하반기 경영 전략회의'를 연다. 임 회장이 첫 출근부터 증권사 인수 의지를 내비친 만큼 포트폴리오 강화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임 회장은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그룹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겠다"며 "위기 속 숨어있는 큰 기회를 찾아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0%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7.9%에 그쳤다. 증시가 부진했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4% 수준 증가하는 등 덕을 봤지만 높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증권사 인수는 필수다.

임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맡았고 민관을 모두 거친 전문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수전에 속도감을 낼 것이란 분석이 대다수였지만 예상보다 더딘 움직임에 일부 회의적인 반응이 싹트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수할 매물 자체가 적다는 점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유안타증권은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이 지분 매입을 이어가며 매각 가능성이 사라졌다.

증시가 다시 우상향하며 경쟁사도 늘어난 상태다. 증권과 보험 자회사가 없는 JB금융지주도 증권사 인수에 뜻을 내비쳤다. OK금융그룹도 대부업을 정리하는 등 종합금융사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Sh수협은행도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해 은행 중심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전부 우리금융에는 또 다른 경쟁 상대가 가세한 '악재'다.

발목을 잡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금융은 '중형 증권사'를 원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형 증권사는 보통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의미한다.

우리금융은 2021년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인수를 위해 완충 자본 2.5% 기준 약 6조원 가량의 자본이 있다"며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위험자산 30~40조원 규모 대형 증권사 역시 추가 자본확충을 통해 승인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중형 증권사의 경우 가격이 낮아 0.5~0.6%p 수준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인수 이후에도 CET1(보통주자본) 비율이 10.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금융이 CET1이 12%를 넘기면 주주환원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점과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 의지를 너무 강하게 드러냈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종합금융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오프라인 영업점 기반이 확실한 곳을 인수하는 게 유리할 텐데 인수 의지를 너무 강력하게 드러내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비싼 가격에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수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쥐고 있는 카드를 보여준 꼴"이라며 "이 또한 인수전에 난항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 1분기 실적을 보면 대략적인 인수 금액이 나올 텐데 기업 크기로 놓고 봤을 때 인수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유안타증권 인수가 불발된 이후 금융권에서는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등을 다른 후보군으로 거론했지만 이들은 인수 가능성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자기자본 6조원과 4조원 초대형 증권사로 올해 1분기 2526억원과 141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한편 임 회장은 증권사 외에도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 의지를 밝혔으나 우리금융지주는 KDB생명 매각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