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침체된 영업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하나의 거점 점포를 두고 지역 지점을 관리하는 것인데 일명 ‘허브&스포크’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임원 인사와 함께 거점 점포장(이하 직할VG지점장)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33명의 지역본부장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사실상 본부장급 승진이다. 인원은 약 20명 내외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은 센터급 지점장 약 200명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다. 내부에선 본부장으로 올라설 기회로 여겨 신청자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VG지점 분류는 운영자산을 기준으로 직할과 일반으로 나눴다. 직할VG의 경우 7000억원, 일반VG는 5000억원 이상이다.

이에 직할VG는 20개, 일반VG는 96개로 편성돼 116개 그룹으로 영업지역이 나뉜다.

VG지점은 거점 점포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관리지역 내 5~7개 지점을 배정받는다.

VG지점장은 지역 실적관리는 물론 직원들의 인사권과 파견 권한도 부여받았다. 단, 과도한 인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이동권의 경우 VG지점장이 직원의 지점 이동을 인사부에 제시, 검토가 뒤따른다.

VG지점장이 직원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도 최대 30%로 제한했다. 일부 은행에서 비슷한 점포전략을 운영 중인데 거점 점포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탓에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새어 나온 탓이다.

우리은행이 내년 1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VG점포 전략은 거점 지점을 중심으로 소 지점을 묶어 관리하는 ‘허브&스포크’다.

이미 경쟁 은행에선 2016년 도입해 고도화 과정을 거쳐 본궤도에 올랐다. 올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주요 은행이 꾸준한 실적을 달성한 배경도 점포전략 전환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역시 2017년 시범운영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TG란 명칭으로 불렸다. TG는 65그룹 244개 지점만 도입돼 전체 지점 중 30.9%만 운영됐다.

TG점포 전략은 남기명 전 부행장의 기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채용비리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TG점포 전략은 빛을 보지 못했다.

서고에 잠든 기획안을 다시 꺼낸 이는 권광석 은행장이다. 권 행장은 내년 3월이면 임기를 마친다.

취임 이후 코로나19와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제대로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TG프로젝트를 고도화해 영업점 군살 빼기에 돌입, 영업점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년 1분기 실적 반등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허브&스포크 전략은 은행이 그동안 갖고 있던 고질적 병폐를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점포 운영체계에선 타행 지점과 경쟁보다 내부경쟁이 심화된 측면도 있다.

원인은 무분별한 점포 확장 정책으로 같은 점주권 내 은행 지점이 많아 고객 뺏어오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또 내부에서 고객을 찾지 못하면 무리한 원거리 영업도 강요당한다.

주 52시간 근무 형태도 점포전략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한 지점당 약 15명 내외 인력이 상주 중인데 휴가를 사용하면 인력 누수가 발생한다.

허브&스토크 전략에선 거점 점포장이 파견 권한이 있어 지역 내 인력 조정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점포전략 변화 외에도 직원들의 전문성도 강화할 예정이다.

과장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여신전문가, 자산관리전문가 등 차세대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과정은 ‘기본-중급-고급’ 3년제로 진행되며 외부 전문기관 4개월 심화 교육도 거친다.

예비교육 과정을 거친 인력에겐 보다 세분화된 교육이 전개된다. 전문인력 보수교육과 함께 PB정예화 과정, 최고급 과정이 실시된다.

최고급 과정의 경우 대학과 연계해 3개월 기간 동안 직무 외 인문, 교양, 리더십 등 차세대 리더로써 역량을 갖추게 된다.

우리은행은 중소RM, PB/FA 등 인력을 양성하고 거점 점포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일부에선 허브&스포크 전략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바로 점포 통폐합의 가속화다.

지점별 경영평가 방식은 없어지지만, 거점 점포장의 통제를 받게 된다. 결국 지점 영업력이 떨어진 곳은 지역 내 다른 지점과 통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가산·구로디지털 단지 내 은행 점포 현황 비교.
신한은행(위), 우리은행의 가산·구로디지털 단지 내 은행 점포 현황 비교. 사진=네이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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