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거취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마땅한 차기 대표 후보자도 보이지 않아 NH투자증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영채 사장은 지난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연임 관련해서는)대주주가 결정하는 것이지 내게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임기까지 최선을 다할 뿐,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 말 금융위로부터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책임으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정 대표는 서울행정법원에 문책경고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법원이 금융사고와 관련해 '복구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일단 가처분을 인용해주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해석이 짙다. 지난 2020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불복, 가처분을 신청해 징계 효력 정지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 대표의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진 법적으로 큰 문제 없이 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불복 소송을 통해 연임한다면 금융당국, 지주사와 관계가 부담스러워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내부적으로 마땅한 차기 대표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이 농협에 인수된 후 김원규 대표가 통합회사 대표로 선임됐을 당시 '다음은 정영채'라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현재는 확실한 '세컨드 맨'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차기 대표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던 윤병운, 최승호 부사장, 권순호 전무 중 현재 남아있는 인물은 윤 부사장 뿐이다. 최 전 부사장과 권 전 전무는 1월2일 보유 주식을 전량 내놓으면서 회사에서 물러났다. 윤 부사장은 '정영채 사단'의 대표적인 인물인 만큼 정 사장과 임기를 같이 할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부사장단에는 배부열 부사장이 남아있지만, 중앙회와 금융지주, 은행 출신으로 지주사와 가교 역할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무급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재경 PWM사업부 대표는 삼성증권 출신의 리테일 전문가이고, PB본부와 WM사업부를 통합해 신설된 PWM 대표를 맡긴 만큼 시장 지배력 확대 성과가 우선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창목, 이수철, 심기필 전무는 2022년 말 전무로 승진한 인물들이다.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도 전무급 이상 승진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정 사장 연임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여전히 주요 직책은 공석으로 남아있다. 최 전 부사장이 물러나면서 윤 부사장이 잠시 겸직했던 인프라투자본부장 자리는 국민연금 출신 윤혜영 상무 영입으로 채웠다. 

정 사장의 존재감이 워낙 커 마땅한 후보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NH투자증권이 국내 탑 티어 증권사로 손꼽히는 이유 중 하나도 정 대표의 존재감이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농협에서 정 대표를 밀어낸 후 작정하고 농협 출신 경영진을 파견했다면 NH투자증권은 삼류 증권사로 전락했을 거란 평가가 적지 않다.

NH투자증권의 임추위는 2월 본격적인 차기 CEO 후보군 평가 및 추천 절차를 거쳐 2월 말이나 3월 초 최종 결론을 내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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