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무렵.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어둠이 교차하는 시간. 저 멀리 언덕 너머로 희미하게 다가오는 그림자가 나를 반겨 줄 개인지, 아니면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순간. 프랑스에서는 사물을 분간 할 수 없는 이 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

일제에 의해 강제노역돼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노역해야 했던 젊은 조선 청년들 피의 대가로 만들어진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한 '이 말'이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부인하는 것보다 더 잔인하게 들려왔다. 수습하는 말이 들려왔지만, 변명이 늘어질 수록 1966년 포스코를 세울 당시 고 박태준 회장이 "우리 선조들 피의 대가인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짓는 제철소요. 실패하면 역사와 국민 앞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한 말이 엄중하게 다가왔다. 

2000년 10월 4일 산업은행이 마지막까지 보유하던 포스코의 2.4%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포스코가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던 최정우 회장의 말이, 대한민국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식민사관을 정당화하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그보다 무서운것은  대일청구권 자금 모두 상환했고, 그러니까 지금의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 됐고 외국인 주주가 절반이 넘으니까 16~22세의 젊은 조선 청년들의 피의 대가 위에 서 있는 포스코는 더 이상 국민기업이 아니라는 국내 재계 서열 5위의 포스코를 이끄는 회장의 생각.

정권이 바뀌면 회장도 바뀌는 포스코의 회장 잔혹사. 민영화 이후 차기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포스코 회장은 하나같이 불명예 퇴진을 했다. 그래서 포스코는 회장 선임 방식을 바꾼다. 외풍을 막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현직 회장 우선 심사제를 없애고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포스코는 "투명하고 공정한 회장 선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정우 회장은 대통령 해외순방길에 배제 되면서 현 정부와 관계가 소원하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3연임 도전 선언은 그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바뀐 '룰' 덕에 자동으로 회장 연임 심사가 이뤄지게 됐다. 최 회장은 "굳이 밝힐 필요가 있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된다"며 3연임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미래 사업 구조로 체질 개선, ESG 경영 성과 등 경영 성과로 포스코를 이끈 최정우 회장. 그의 재임 기간 중 사망한 노동자는 21명, 노동자 사망 때 마다 돌려쓴 사과문, 끊이지 않는 사내 성 관련 추문 그리고 포스코에 씌워진 국민기업이란 멍에를 벗어야 한다는 그의 기업 사관(史觀).

'국민기업의 영예'가 소신이든 아니든 그의 발언에 먹칠 돼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지금은 황혼 속에서 개와 늑대를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