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노동조합이 정영채 사장 해임을 요구했다. 농협중앙회와 NH금융지주 출신 임원이 법인카드 사적 이용 의혹을 받는 가운데 이런 내역 공개에 미온적인 정 사장의 책임도 무겁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의혹 확인을 위해 회사에 임원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골프 회원권 사용 횟수 확인을 요청했으나 정 사장을 비롯한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투자증권 지부는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H투자증권 임원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 NH금융지주에서 NH투자증권으로 부임한 임원 중 일부는 무분별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명절마다 타 회사 임직원에 선물을 보내고 골프 회원권을 사용해 접대하는 식이다.

노조는 "이는 회사 돈으로 인맥 관리에 집중해 결국은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내 본인 자리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NH투자증권 노동조합이 정영채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김혜민 기자
NH투자증권 노동조합이 정영채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김혜민 기자

실제로 임원의 법인카드 남용은 의혹에 그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노조의 의혹 제기 이후 임원 법인카드 사용 내역 조사를 진행했고 뒤이어 A부사장의 사용액 중 4000만원을 회수 조치했다.

A부사장은 본인이 알고 있는 농협중앙회 승진자에게 축하 난을 보내기 위해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부사장은 지난 2021년 12월 퇴사했으며 부정 사용 조사와 환수 조치는 노조가 의혹을 제기한 지난 1월 이후 이뤄졌다.

노조는 현재 NH금융지주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는 김익수 부사장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영업부 임원의 법인카드 1년 사용액이 1억원 후반대인데 경영전략부문 임원을 역임한 김 부사장은 재직 당시 2~3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상장 대기업의 경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소수 주주는 회계장부 열람 권한이 있다.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 지부장은 사내 우리사주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NH투자증권 지분은 약 3%다.

이에 이창욱 지부장은 우리사주 지분을 근거로 임원 법인카드 내역과 골프 회원권 사용횟수 자료를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에서 이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열람 및 등사 청구가 허위 사실에 근거했거나 부당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노조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라며 "카드 사용 내역은 직원의 개인정보와 영업 기밀 등이 포함되는 중요 자료로 노조의 근거 없는 주장만으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회사에 입증 책임을 요구하는 구태의연한 투쟁 방식을 보인다는 반박이다.

이어 "이런 목적을 위해 요구한 회계장부 열람청구는 우리사주조합 규약에서 정한 조합 설립·운영과 관련한 목적 사항들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노조위원장이 우리사주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사주조합 규약에 반하는 부당한 요구를 하는 걸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창욱 지부장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권리를 위임받아도 소수 주주 기준인 0.5%를 넘길 수 있다"며 "회계장부 열람을 위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투명하지 못한 결정은 결국 정 사장의 의중으로 보인다"면서 "정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 속에서도 3연임에 성공하면서 올해도 업계 연봉 인상률 1위를 기록했지만 자기 잇속만 챙기고 투명한 공개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물러나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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