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가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 가격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주주 간 계약에 대한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중재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9년 시작된 국제중재 절차는 청문회를 거쳐 하반기에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재소송은 신 회장의 경영권과 직결된다.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FI들의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 보유지분 일부를 넘겨야 하거나, 압류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

더욱이 풋옵션 계약 당시 FI 주주매입 가격 보장을 명시한 만큼 신 회장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막대한 규모의 자금 확보 부담은 계속되는 셈이다. 

신 회장과 FI의 계약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회장은 2대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이 2011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때 경영권 방어를 위해 FI들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지분을 사들였고, 매입가는 1조2054억원(1주당 24만5000원)이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FI와 손잡은 신 회장은 이듬해 9월 FI들과 풋옵션 조항을 넣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신 회장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 행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FI는 2018년 10월 약속 기한을 넘긴 교보생명 측에 지분 약 24%를 1주당 40만 9000원(2조 123억원)에 사달라고 요구했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파국을 맞게 됐다.

2019년 3월 FI측은 국제 중재 신청을 제기했고, 2년간 중재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최소 1조원 이상, 많게는 2조원의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 신 회장은 주주 간 계약의 유효성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중재법상 계약의 취소 사유는 명백한 결격 요건이나 하자가 있어야 하는데 신 회장과 FI와의 주주 간 계약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계약 취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풋옵션 계약서에는 매수청구가격의 수준을 당시 주식매입가격 이상으로 정한다는 문구가 명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재 소송 결정은 교보생명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 회장이 또 다른 FI를 찾지 못하는 한 일정 부분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며, 경영권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신 회장이 현재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33.7%)을 담보로 주식담보 대출을 받는다 해도 1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신 회장의 경영권 위협은 상속세 납부에서 비롯됐다. 신 회장은 지난 2003년 고(故) 신용호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지분 40%가량을 상속받았다. 당시 신 회장이 낸 상속세만 1800억원대에 달한다. 신 회장은 상속받은 지분 중 5.85%를 세금으로 국세청에 현물 납부했다. 이 과정에서 60%가 넘었던 신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0%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대주주가 보유했던 지분 24%가 팔리면서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렸고, 백기사로 끌어들인 FI와의 계약이 현재 부메랑이 돼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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