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낭만별곡' 포스터. 사진 = (주)파크컴퍼니 제공
뮤지컬 '낭만별곡' 포스터. 사진 = (주)파크컴퍼니 제공

뮤지컬의 가장 큰 흥행 요소 3가지는 음악(넘버), 줄거리(서사), 출연진(배우)다. 세 가지 중 하나만 강점을 가져도 그 극만의 특색을 갖출 수 있다. 뮤지컬 '낭만별곡'은 그런 의미에서 음악 '장원'과 다름 없다.

'낭만별곡'은 조선시대 궁중음악 담당 기관인 이원(梨園, 조선왕조 왕립음악기관 장악원의 별칭)에 발령된 박연(1378~1458)과 조선 팔도에서 모인 악사들이 등장하는 팩션(Faction) 사극이다. 임금 앞에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하는 해금 연주자 '예성', 암기력이 뛰어나 모든 곡을 한 번 들으면 외울 수 있는 피리 연주자 천민 '동래', 신분을 숨기고 가야금 연주자로 지원한 '이도(훗날 조선 제4대 왕 세종)'은 왕의 탄신일 기념행사를 위해 합숙하게 된다.

매력적인 서사를 위한 인물들의 비밀도 하나씩 있다. 예성은 아버지가 모함받아 죽고 난 이후 복수를 꿈꿔 남장을 하고 들어왔으며, 동래는 가족이랑 헤어진 슬픈 기억이 있다. 이도는 자신의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마마 자국이 남아 얼굴이 흉하기 때문'이라고 둘러댄다.

극 초반, 세 사람(이도, 예성, 동래)은 음의 높이와 길이가 통일되지 않은 율자보(중국에서 유입된 기보법 중 하나)처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부딪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며 각자의 비밀을 알고 서로를 이해한다. 세 사람이 '자신만 뽐내는 음악'이 아닌 어울리는 음악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모든 음을 같은 높낮이/길이로 표기하는' 정간보 창안 과정이 겹쳐져 이야기는 방향성을 갖춘다.

'낭만별곡'의 강점은 음악 이해도가 높은 김은영 작곡·연출·음악감독, 그리고 조선시대 악기를 독창적이고 적재적소에 활용해 귀에 잘 감기는 음악이다. 김 연출은 뮤지컬 '라흐헤스트', '세종 1446', '파가니니' 연출을 거쳐왔다.

김 연출은 해금, 피리, 가야금 등 조선시대 악기를 중심으로 한 넘버 구성이다. 가사가 대체로 입에 붙는 단어로 구성돼 사극임에도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특히 "위 두어렁셩 다링디리"를 후렴구로 한 곡은 흥겹고 쉬운 구성이 더해져 공연이 끝난 뒤 흥얼거리는 관객도 보였다.

인물들의 감정, 이원의 상징성 등을 구체화한 등장인물 '무용'도 적극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무용은 흰옷을 입고 무대에서 한국무용을 선보이며 백의민족이라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구현한다. 신선호 안무감독이 창작한 안무 역시 한국무용에 기반해 극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물론 '낭만별곡'은 이름처럼 '곡'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서사적인 개연성 등은 다시 돌아봐야 할 듯하다. 100분의 공연 시간 동안, 특히 후반부에서 겹치는 이야기가 많고 인물들의 행동과 결과를 극이 제시하지 않아 관객들이 유추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보인다. 대표적으로, 극 후반부 예성이 임금 암살 시도에 실패해 쫒겨다니지만 다시 궐로 돌아올 수 있던 이유를 극은 설명하지 않는다.

박연은 극을 이끌어가는 세 사람(이도, 예성, 동래)에 비해 등장 비중이 적고 캐릭터의 목적과 갈등, 서사를 가늠해야 하게 되는 점도 아쉽다. 반면 동래는 율자보를 볼 줄 모르는 모습으로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천민'임을, 음을 표기하던 자기만의 방식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가족과 헤어진 가정사를 드러낸다.

그러나 '낭만별곡'은 흠보다는 미덕이 많고, 지켜봐야 할 작품이다. 사극을 소재로 한 뮤지컬은 비교적 적고, 그 중에서도 국악을 소재로 한 작품은 손에 꼽을 만하다. 더불어 창작뮤지컬 초연임을 감안하면 이야기의 발전 요소가 다양히 보인다. 특히 음악적 강점이 매우 뚜렷해 뮤지컬의 음악적 요소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분명하다. 2행시 할인 등 폭넓은 할인 혜택도 오른 푯값에 망설이는 관객들을 이끌기 좋다.

'낭만별곡'은 오는 6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100분이고, 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이도 역은 △이종석 △반정모 △김우성이 분한다. 박연 역은 △박유덕 △장민수가 연기하며 예성 역은 △전하영 △박주은이 맡았다. 동래 역은 △황두현 △정지우가, 무용 역은 △유다혜 △배상경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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