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안산 전 양궁 국가대표 선수(광주은행 소속)가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게시한 사진.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6일 안산 전 양궁 국가대표 선수(광주은행 소속)가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게시한 사진. 사진 = 연합뉴스

안산 전 도쿄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수(광주은행 소속)의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글을 시작으로 국내 일본풍 주점들의 간판 일어 표기 등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된 가게 중 일부는 법적 처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안산 전 양궁 국가대표 선수(광주은행 소속)는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는 문구와 함께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쇼핑센터 내 조성된 일본 테마 거리 입구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에는 '국제선 출국(일본행)'이라는 내용의 일본식 한자가 적혀 있었다.

안 선수의 스토리 게시글은 스토리 특성상 24시간 이후 삭제됐지만 캡처된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공유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다음 날인 17일에는 해당 거리 내 입점한 업체 대표 권 씨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 선수의 사진 속 매장이 자신의 가게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안 선수의 의견에 동의하는 네티즌들은 "사진에는 가게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에서 한국인 용 메뉴판 준 건지 헷갈리는 가게가 많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안 선수를 비판하는 측은 "영향력 있는 사람이 스토리를 저렇게 올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식으로 피해 본 브랜드 업주들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대표로서 큰 영향력을 가진 선수의 경솔한 발언"이라는 표현과 함께 권 대표를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19일 연합뉴스 등을 통해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가 안 선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선수는 경솔한 주장으로 해당 주점 브랜드 대표와 가맹점주는 물론이고 일본풍 음식을 파는 자영업자, 그리고 묵묵히 가게를 지키는 700만 사장님 모두에게 모독감을 줬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안 선수의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매장은 전국에 분포된 체인점 형태의 브랜드다. 권 대표는 "코로나19가 끝날 무렵 해외여행이 제한된 때였기에 일본의 오사카를 테마로 브랜드를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매장은 내부에 일본어가 적힌 간판·포스터 등을 배치했고, 대다수의 메뉴 가격을 엔화로 표기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내선일체 포스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서울 광진구 모 일본풍 주점. 사진 = 위키피디아(왼쪽)/X(트위터) 갈무리
일제강점기 '내선일체 포스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서울 광진구 모 일본풍 주점. 사진 = 위키피디아(왼쪽)/X(트위터) 갈무리(오른쪽)

논란이 불거지며 비슷한 컨셉트를 추구하는 타 매장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또 다른 일본풍 주점 브랜드는 외부 간판 표기법이 문제가 됐다. 간판에 한글 '편의점’을 일본어 가타카나처럼 디자인하고 자·모음을 나열해 얼핏 보면 일본어로 읽혔기 때문이다.

이 매장은 지난해 '내선일체(内鮮一体)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간판 이미지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내선일체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조선 강점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장한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는 뜻의 표어다. 당시 네티즌들은 "내선일체 포스터 같아서 기분 불쾌하다", "생각 없는 사람들 천지다" 등 부정적 반응을 표했다.

문제가 된 업체들 중 일부는 위법 요소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간판을 비롯한 옥외광고물은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로마자 표기법 등을 지켜 적어야 한다. 만일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함께 적어야 하며, 위반 시 시정을 요구받거나 5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04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5부는 국민은행과 KT가 옥외 간판에 한글을 병기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견해의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한글 병기) 규정의 취지는 광고물 전체로 보았을 때 한글로 기재한 부분과 외국 문자로 기재한 부분이 사람들에게 비슷한 정도로 인식되고 이해될 수 있을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소송은 한글학회 등 한글 관련 단체 및 대학 국문과 교수 등이 영문 상호 변경 및 기업이미지통합(CI)을 단행한 국민은행과 KT를 상대로 2002년 제기했다.

현재 안 선수가 소속된 광주은행 측은 "안 선수가 '이른 시일 내에 입장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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