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다르지만, 음이 같은 '사'라는 글자. '사'가 붙은 직업은 동경의 대상이고 성공의 지름길로 우리 사회는 여기고 있습니다.

사자가 붙은 직업에는 스승 사(師)를 쓰는 직업이 있습니다. 교사, 목사, 사육사 등이 스승 사자를 씁니다. 오랜 수련이나 전문적인 일을 하는 직업에 주로 사용합니다.

스승이란 자기를 가르쳐 이끌어 주는 사람. 교사는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스승이고, 목사는 종교적 관점에서 영혼을 선도해 천국으로 인도하는 스승입니다. .

의사도 스승 사를 쓰지요. 병원에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스승. 그래서 의사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존재입니다. 그 단어 안에는 욕심을 버리고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제네바 선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일부>

의사에 담긴 스승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으며 자신의 유불리를 가리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 말들일 것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향해서 그 스승의 인원을 늘리겠다고 한지 보름, 그 스승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 지 3년이 됐습니다.

정부가 2025년 입시부터 2000명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전공의들과 논란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형국에서 강자는 누구이며 약자는 누구일까.

2024년 시린 겨울에서 봄을 관통하는 이 논쟁은 언 땅을 녹여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할 봄보다 더 뜨겁습니다.

어찌 되었건 이 논쟁으로 환자들은 올해 봄을 병상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이미 곳곳에선 수술을 연기하거나, 취소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아들은 폐암 수술을 앞둔 자신의 모친이 의사 파업으로 수술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터넷에 절망 섞인 하소연을 쏟아 냈습니다.

히포크라테스에게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고 선서한 의사들. 그러나 그 의무를 저버리고 청진기를 내팽개치고 사직서를 던지는 이 상황. 그래서 의사를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 우리 사회가 해주고 싶은 말. 

"상황에 따라서 원칙이 변하는 놈한테는 무시와 조롱 경멸과 쌍욕밖에 해줄 게 없으니까."<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대사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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