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하림그룹, HMM CI. 사진 = 이하영 기자
왼쪽부터 하림그룹, HMM CI. 사진 = 이하영 기자

'자금력을 갖춘 곳'이 나타날때까지 새 주인 찾기에 나선 HMM(옛 현대상선)의 입항지는 해무에 갇힐 전망이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 인수에 실패함에 따라 다른 후보군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인수금액 조달력 등 하림그룹과 유사한 '자금력'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HMM은 최근 공시를 통해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HMM은 현대그룹 소속 현대상선이 전신으로, 2016년 해운산업 불황으로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참여한 채권단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주식 총합 약 3억9879만주(57.88%, 산은 29.2%/해진공 28.68%)를 보유 중이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7월 산은·해진공의 HMM 주식 매각공고 공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해 예비입찰결과 참여 의사를 밝힌 4개 사(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독일 해운사인 하파그로이드) 가운데 하림그룹이 JKL파트너스와 함께 가장 높은 인수금액인 6조4000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HMM보다 자산 규모가 적어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비판이 지속해 왔다. 하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 불가한데 4배나 높은 인수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하림은 이에 대해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으며, 팬오션 유상증자와 선박 유동화, 금융권 대여 등을 통해 인수금을 마련하겠다 주장해왔다.

자산규모 26조원에 달하는 세계 8윌 해운기업인 HMM을 중견기업이 인수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하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6조2000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제시한 동원그룹은 인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동원그룹은 6조원이 넘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동원로엑스 유상증자, 동원산업 자회가 주식 담보대출, 비상장사 기업공개 등 여러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했었다.

HMM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까지 더해져 매각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HMM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 기준 기업 규모 19위에 속할 만큼 기본적인 덩치도 큰데다 산은·해진공은 이번 주식 외에도 1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지니고 있어, 이를 모두 환산하면 산은과 해진공 지분이 약 74%까지 상승한다.

해운산업 시황이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어, 무리한 인수 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승자의 저주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을 치른 결과로 후유증을 겪는 것을 뜻한다. 앞서 하림그룹과의 협상 당시 인수 후 자금난으로 인해 HMM 자산을 처분하는 등 '곳간 빼먹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이 주요 인수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대기업으로는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해운사 현대글로비스를 보유 중이고 포스코그룹은 다양한 사업 확장을 시도 중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해운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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