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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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저신용자들의 연체 기록을 삭제해 주는 이른바 '신용사면'을 추진하면서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논란이다. 가뜩이나 카드업계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인데 이번 신용사면 추진으로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확대돼 고심이 커졌다는 반응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주관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 협약' 체결 이후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이번 협약에 따라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의 소액 연체 채무자는 오는 5월 말까지 연체금 전액을 상환할 경우 이력 정보 삭제 혜택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약 290만명의 연체 이력을 가진 채무자의 이력 정보가 삭제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신용사면으로 두 가지 효과를 기대했다. 먼저 개인 신용정보점수 상승에 따른 신규 신용카드 발급이다.

사면을 통해 NICE신용평가 기준 약 30점가량의 개인 신용점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이후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가능한 최저 신용점수(645점)에 30만명이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해당 인원이 신규 신용카드 신규 발급을 하게 되면 정체된 카드업계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란 구상이 금융당국의 큰 그림이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정반대의 시각에서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의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가능해지면서 고객이 늘더라도 연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입장이다. 이미 연체 이력이 있는 고객이 '사면' 혜택으로 신규 카드를 발급받으면 재차 연체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냉정한 판단이다.

넓게 보면 이런 사면 혜택으로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863점)에 도달하는 인원도 25만명 증가할 것으로 추정돼 이들이 은행권 저금리 대환대출 갈아타기에 합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해지면 제2금융권에서 시중은행으로 고객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전망도 했다.

제2금융권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지난해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시행으로 시중은행에 대출고객을 빼앗겼는데 이번 사면으로 카드론 등에서 나오는 대출 고객 이탈이 가속할 것이란 불만도 나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사면으로 카드업계의 리스크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신용도는 소득 대비 현명한 소비로 높여야 하는데 서민경제를 돕겠다는 명문으로 무턱대고 기록만 없애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처음 연체가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면서 "연체 기록을 없애기보다는 연체하지 않도록 유인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훨씬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신용사면에서 성실 상환자들에 대한 유인책은 빠져 있다"며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하지 않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다만 카드업계를 벗어나면 이런 우려가 크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현재 카드사들이 우려하는 내부적인 리스크 문제는 이미 소화 가능한 수준이며 특히 사면 이후 새로 신용카드를 발급받더라도 높은 신용도를 가진 사람에 비해 한도가 낮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는 항상 기대효과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취지가 서민경제에 도움을 주려고 만든 만큼 카드사들이 기존 리스크 관리 제도를 조금만 손봐서 대응한다면 오히려 신규고객이 늘어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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