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CI. 사진 = 이하영 기자
위에서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CI. 사진 = 이하영 기자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양사의 합병 과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과정서 알짜배기 노선과 사업이 빠질 전망이라 온전한 기쁨을 누리기는 어려울 듯하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각) EC(유럽 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사실상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C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사 결과 발표 예정일은 다음 달 14일인데, 이르면 이달 말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항공사는 합병 시 필수 승인국을 대상으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해 독과점 가능성 등을 검토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획을 공식화하고 다음 해인 2021년 1월 미국과 EU를 포함한 세계 10여 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이후 필수 승인국인 EU로부터 △한국-유럽 노선 화물사업 독점 가능성 △한국~유럽 4개 여객 노선(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독점 우려 등을 지적받았다. 이에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노선을 티웨이에 이관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어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유럽 노선의 화물 수송 점유율은 대한항공이 40.6%, 아시아나항공이 19%로 과반이 넘었으며 한국-미국 노선은 대한항공 50.2%, 아시아나항공은 23.2%로 합산 시 70%에 달했다.

그간 합병 승인에 있어 미국과 함께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깐깐한 기준을 요구해 왔던 EU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데 이번 조건부 합병 승인 전망은 의미가 있다.

EU는 지난 2011년 그리스의 에게항공과 올림픽항공의 기업 합병 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결합 불승인을 내렸다. 에게항공과 올림픽항공은 그리스 내 1·2순위 항공사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과 비슷하다. 당시 EU는 "두 회사가 90% 이상을 통제하는 그리스 운송 시장에서 새 항공사의 진입이 가격 경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현실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불승인 이유를 밝혔다.

이후 2013년 양사는 재차 합병을 추진했고, EU는 올림픽항공이 자금난을 겪고 있어 퇴출 가능성이 높고, 에게항공 외에는 올림픽항공을 인수할 기업이 없다는 이유로 승인했다.

EU는 2020년에도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셋의 기업 결합에 독과점을 이유로 시정방안을 요구했다.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렌셋은 캐나다 내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항공사들로, 당시 EU는 두 항공사의 유럽~캐나다 중복노선 33개의 독과점을 해소할 방안을 요구했다. 에어캐나다는 시정방안 제출에 거부하며 기업결합을 포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통합 항공사의 출범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거대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되면 스케줄은 합리적으로 재배치되고 여유 기재는 새로운 취항지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 4개 노선 운수권 양도를 비롯해 대한항공의 손실이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도 있다. 대한항공이 포기한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 매출은 2021년 기준 전체 매출의 72.5%에 달했다. 티웨이항공으로 넘어간 유럽 4개 노선도 소위 말하는 '알짜배기' 노선들로, EU의 조건에 따라 티웨이항공은 해당 노선의 조종사를 직고용해야 하고, 티웨이항공이 해당 슬롯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대한항공은 회수할 수 없다.

한편, 대한항공이 기업 결합 신고서를 제출한 14곳 중 EU를 제외하고 심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두 국가 모두 필수 승인국이기 때문에 한 곳이라도 불승인할 경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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