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사진=문제민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문제민 기자

5개 저축은행이 1조2000억원대 '작업대출'을 진행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이 징계에 나섰다. 금감원은 샤켓 킷스 맥스 OSB저축은행 대표이사에 중징계를, 나머지 4곳 대표에는 경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는 이날 회의에 작업대출을 벌인 저축은행 제재 안건을 상정하고 원안 대부분을 통과시켰다.

이번 저축은행 작업대출의 경우 금감원이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를 점검하던 중 적발한 것으로 이는 저축은행 사업자 주담대 총액 13조7000억원의 6.6%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작업대출의 경우 대출모집인이 차주의 가계 주담대를 먼저 상환하고 저축은행에 사업자 대출을 받아 대출모집인 자금을 갚고 모집인은 대출금 용도 증빙을 위·변조하거나 주택 구입에 쓴 대부업체 대출을 저축은행 사업자 대출로 대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작업은 개인 주담대 규제 한도를 넘어 추가 대출이 필요한 차주를 노렸다. 사업자 주담대는 원칙적으로 LTV 규제가 없고 영세 개인사업자더라도 신용공여 한도는 50억원으로 매우 높다.

금감원은 SBI·OK·페퍼·애큐온·OSB 등 5개 저축은행 임원진에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대출에 CEO 책임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이 문책 경고를 내릴 경우 이는 금융위원회 의결 없이 확정되며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불가하다.

저축은행의 작업대출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및 계열저축은행에 불법 대출 등을 이유로 중징계 조치했으며 이후 저축은행 대출 관련 정보를 분석해 불법·부실 혐의가 있는 대출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여신 상시 감시시스템' 도입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금감원은 페퍼, SBI저축은행이 작업대출을 벌인 현황을 발견했다. 페퍼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1000억원, SBI저축은행은 2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작업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금감원은 타 저축은행으로 검사를 넓혔고 OK, 애큐온, OSB저축은행이 추가 적발됐다.

업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31일 자로 임원 14명이 사임했다. 사임한 임원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2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하는 등 실적 역시 침체기에 빠진 상황이다.

애큐온저축은행도 CEO가 교체됐다. 이호근 전 대표이사는 임기를 남기고 물러났으며 김정수 애큐온캐피탈 전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CDO)가 대신 자리에 올랐다. 애큐온저축은행 측은 이에 대해 "노사 문제, 실적 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어 이 전 대표가 먼저 사임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류를 제대로 검증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대출"이라며 "몸집을 키우기 위해 작업대출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임원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건전 여신심사 사후관리 기반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대출모집 법인 검사를 통해 대출 모집 절차의 적정성 점검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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