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들의 법인세 인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선 여·아가 법인세율 인하 정도를 두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한국도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발맞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과 박현남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2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법인세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김 의장은 “법인세가 인하되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서는 법인세 개정안 통과 여부를 두고 여아가 연일 치열한 공방 중이다.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에 대해 국민의힘은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과표구간도 기존 4단계에서 2~3단계로 순화하는 내용의 정부안을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여야가 여러 중재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김 의장은 지난 15일 이를 24%로 1%포인트 낮추는 최종안을 제시했으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언발의 오줌누기’라며 거부해 무산됐다.

경제인 단체들은 법인세율을 낮출 것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지난 11일 공동성명을 내고 “법인세 인하 개정안을 이달 중 임시국회에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경쟁국보다 불리한 법인세법을 개선하지 않고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고 했다. 경제인 단체들이 법인세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건 근 한 달 새 세 번째다.

법인세 OECD 국가 평균치 넘어…한국 포함 7개국만 역행

통상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비용부담이 줄면서 설비투자와 고용을 증대하는 효과가 있다.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 이탈도 줄어든다.

실제로 코로나19이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주요 국가들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38개 회원국 가운데 법인세율을 내린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0개국에 달했다. 호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11개국은 기존 세율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 그리스, 포르투갈 등 7개국은 거꾸로 세율을 올렸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5.0%)도 OECD 회원 38개국 중 11위에 달한다. OECD 평균치(23.2%·지방세 포함)는 물론 대만(20.0%), 홍콩(16.5%), 싱가포르(17.0%) 등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다. OECD 가운데 법인세 과표구간이 4단계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가 전체 경제 규모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율은 2019년 기준 4.3%로 38개 OECD 회원국 중 6위다. 한국보다 비율이 큰 나라는 룩셈부르크(5.9%), 노르웨이(5.9%), 칠레(4.9%), 호주(4.7%), 콜롬비아(4.7%) 등 5곳에 불과하다. 심지어 한국은 최근 5년 새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이 1.3%포인트나 뛰어 룩셈부르크(1.6%포인트)에 이어 상승 폭이 2위에 달할 정도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황상현 상명대 교수는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 연구를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할 경우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비중이 5.7%포인트 커지고 고용은 3.5% 증가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는 0,46%, 취업자수는 0.13%, GDP(국내총생산)는 0.21% 증가한다. 장기적으로는 각각 2.56%, 0.74%, 1.13%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한국 성장률 1.8% 전망…3대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

기업 법인세 인하가 절실한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OECD는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9월 전망) 2.2%에서 1.8%로 낮췄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민간소비가 제약되고 반도체 경기 하강 등이 수출 둔화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은 더 낮은 1.7%를 내놨다.

이는 초대형 충격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0.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 –5.1%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회복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세계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다른 국가들과 (법인세율) 걸음을 맞출 필요는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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